▲ 김병화 부동산생활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 4년간 이어진 징벌적 규제는 거래절벽 현상을 야기시켰고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대출이 막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사다리는 끊어졌고 소박한 내집 마련의 꿈도 사라졌다.

성난 부동산 민심이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정책 궤도 수정을 고심 중이다. 들끓는 민심을 수습하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부동산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재산세의 경우 1가구 1주택자 감면 대상을 공시지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의총에 단일안으로 채택될 전망이지만 나머지 주요 사안들은 당내 합의 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양도세 비과세와 종부세 부과 기준을 각각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양도세다. 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 증가는 주택 거래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난 바 있다.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7526가구에서 올해 1월 5776가구, 2월 3862가구, 3월 3763가구, 4월 3158건으로 매달 감소하고 있다. 세금이 무서워서 매물 자체가 사라지고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첫째주 96.1에서 이달 둘째주 103.5로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우위(매수자 많음)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달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에 달하며 2·4대책 발표 시점인 2월 첫째주 상승률 0.1%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잠겨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양도세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제자리걸음 중이다. 다주택자에게 굴복하는 인상을 줄 수 없다는, 투기와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사진 좌측)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민주당 제공

정부‧여당의 늑장에 야당이 선제적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부담도 최대한 줄인다는 게 핵심이다.

야당의 압박에도 여당은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부동산정책 관련 의원총회도 27일로 연기했다. 부동산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당장 6월 1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최고 75%까지 증가한다. 이미 시작된 거래 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강남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둘째 주(4월12일 기준) 0.10%를 기록한 이후 6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더 이상 늑장 부릴 여유가 없다. 투기와의 전쟁은 끝났다. 패배를 인정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서둘러야 한다. 어설픈 자존심을 버려야만 민심이 상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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