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 1,2위 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는 등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김정주 넥슨 회장과 상의 없이 자신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경영권 분쟁의 발단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사진=뉴시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종전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가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넥슨은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 주식 14.7%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넥슨코리아를 통해 지분 0.4%(8만 8806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이 15.08%로 늘어났다.

지분이 15%를 넘어가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를 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가 승인돼야 해당 기업 주식을 추가 보유할 수 있고 인수·합병(M&A) 시도도 가능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결국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기업결합 당시 넥슨 측은 적대적 M&A 시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전일 공시로 적대적 M&A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씨소프트 측이 크게 반발하는 등 양사의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는 넥슨(15.08%)이고 김 대표의 지분은 9.99%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인 윤 사장 등의 지분과 자사주(8.99%)를 합쳐도 채 20%가 되지 않는다. 이외 국민연금이 6.88%를 보유 중이다. 넥슨이 지분을 5%만 늘려도 적대적 M&A가 가능한 상황인 것.

서울대 공대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인 김 회장(86학번)과 김 대표(85학번)의 불안한 지분 관계는 이미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미국의 대형 게임사 'EA(일렉트로닉아츠)'를 공동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68%(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9.9%로 떨어지며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돌연 EA 이사회가 회사 매각 안건을 부결시키면서 김 회장과 넥슨은 투자만하고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주력이었던 컴퓨터 기반 게임이 모바일 게임에 밀리면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2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애초 인수한 가격의 반토막이나자 김 회장과 넥슨은 지분을 추가 매입해 15%선을 넘기면서 엔씨소프트 측에 이사 파견을 요구하는 등 경영참여를 본격 시도했다. 당시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지만 이미 김 회장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개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이 김 회장의 경영참여 요구를 일축하면서 두 사람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3일 엔씨소프트 측이 김 대표의 부인인 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부부 경영 구도를 강화한 것에 김 회장이 자극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넥슨 측은 이미 인사 전에 경영참여 공시를 엔씨소프트 측에 예고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의 승진은 김 대표의 일종의 경영권 방어책이었던 것.

윤진원 엔씨소프트 커뮤니케이션실장은 “넥슨이 지난 목요일 오후에 변경공시를 하겠다고 최종 통보해왔고, 임원 승진은 그 다음날에 최종 확정됐다. 승진 발표 때문에 공시 변경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는 억측이자 물타기”라며 “매년 이 기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인사 발표이고 내부 직급 승진”이라고 말했다.

넥슨 측은 3월 정기 주주총회나 그전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해 이사 파견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넥슨 측이 김 대표를 해임하거나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28일 까지다.

한편, 6.8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쪽 편에 설지도 관심사다. 다만 연기금의 특성상 국민연금이 당장 어느 한 쪽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 양측의 승부는 아직 안개속에 가려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사 선임이나 해임 등 구체적인 안건이 주총에서 상정되면 그때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