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반쪽 증거 아동 방임 부를수도…자유 선택에 맡겨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CCTV는 폭력 예방의 유일한 도구이다?

어린이집 폭력, 폭행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 이후 CCTV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공무원 정치인들이 입을 모아 CCTV를 설치하자고 외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영유아 폭행은 언제나 있어왔다. 이번에 이 일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영상 때문이다. 한 선생님이 팔을 크게 휘둘러 아이를 때리고, 아이는 멀리 나가떨어진다. 그 이후의 모습은 모두가 확인한 대로다.

그런데 이 사건은 CCTV에 그대로 찍혔기에 알려진 것이다. CCTV가 있었어도 발생했다는 얘기다. 그것도 몇 개월간 말이다.

CCTV가 있었어도 폭행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정치인 공무원들은 무엇을 이유로 CCTV 카메라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린이집 폭력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대안은, 선생을 구속 시키고 어린이집을 폐쇄 시키고 CCTV 카메라 한 대로 영유아 폭행이라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 26일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일산서구 일산동의 A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45·여)씨와 원장 김모(53·여)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진=뉴시스 

CCTV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CCTV를 3월부터 전국 어린이집 모든 곳에 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조치에 아이 부모들이 속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CCTV는 한 방향으로 찍힌다. 여러 방향으로 돌아가며 찍는 CCTV는 비용이 비싸서 CCTV가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에는 한 방향 CCTV만 설치되어 있다.

결국 CCTV를 방에 설치해도 절반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어떤 어린이집 원장은 이번 사건 직후, 혹시나 싶어서 CCTV 녹화 영상을 돌려봤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교사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고 한다. CCTV 촬영을 신경 쓰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교사와, CCTV에 가급적 찍히지 않게 사각지대에서만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로 말이다.

CCTV의 또 다른 한계는 소리가 녹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반쪽 증거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친구를 자꾸 무는 아이가 있다. 물으면 안 된다고 하소연해도 고치지 않는 아이다. 물으면 안 된다고 교사가 손가락으로 그 아이의 입을 살짝 때려도, CCTV영상을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아동학대가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같은 기준으로 보자면, 집에서 엄마 아빠가 아이의 꿀밤을 때리는 것도 아동학대로 판단될 수 있다.

아동학대의 기준은 분명하지 않아 애매할뿐더러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가늠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꿀밤을 때리는 행위 자체는 부모든 교사든 모두 다 아이들을 사랑해서일 수 있다. 하지만 CCTV로는 이러한 내심을 밝혀내지 못한다.

필자가 들었던 한 아파트 어린이집의 얘기다. 50대 중반의 어린이집 교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 교사는 본인이 과거에 아이들을 키웠던 경험을 중시했다. 30년 전 1980년대 본인이 겪었던 기억을 말이다. 교사는 자꾸만 설사하는 어린이집 아이를 거꾸로 뒤집어 들어 올린 다음, 엉덩이를 때렸다고 한다. 교사가 있던 어린이집 시설은 그 일로 폐쇄 되었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CCTV가 아무리 발달해도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없다.

   
▲ 어린이집 아동학대 

CCTV가 필요한 이유, 어린이집의 실상 알리기

영유아는 약자 중에 약자다. 말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의사전달을 온전히 하지 못한다. 투표권도 없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아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 영유아들이다. 장애 영유아들은 어떤 형태로 보호받고 있을까. 장애 영유아 시설에는 CCTV가 아예 없다. 우리가 돌아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너무도 많다.

어린이집은 사각지대 맞다. 게다가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례처럼 폭력성 가진 교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얘기는 다르다. 대부분의 교사들과 원장은 사명감과 애정을 갖고서 아이를 돌보려 한다. 우리나라에는 4만5000개의 어린이집이 있고, 25만 명의 어린이집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을 비롯해 최근 알려진 각종 어린이집 폭력의 사례는 수십 개로 밝혀졌다. 이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만분의 일, 0.01%에 해당하는 특별한 케이스다. 이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보자. 만 명 중의 대여섯 명은 폭행죄로 처벌 받은 범죄자요 성추행·성폭력 범죄자다. 국회의원들만 해도 전과자가 10%를 넘는다. 어린이집 교사의 자질과 개인별로 지닌 폭력성은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반증한다. 국민과 부모들이 죄없는 애꿎은 어린이집 교사들을 탓할 자격은 없다.

CCTV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어린이집 원장의 얘기다. 원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교사들이 아침 7시 반부터 12시간 내내 근무하고 있는 현실, 어린이집 교사 한명이 보조교사 한명 없이 많은 숫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현실, 점심시간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열악한 환경에서 아등바등 영유아를 돌보는 모습을 부모들에게 알리고 싶다.”

“엄마가 애 하나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결혼도 안한 젊은 선생님들이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하고 있다.”

   
▲ 20일 오전 부천 동부하이텍 햇살어린이집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원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에 부모나 할머니가 상주한다?

일선 정치인 몇몇은 어린이집에 부모와 할머니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한명씩 상주하자는 제안을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한 반문이 든다.

“아니, 가정마다 그럴 여력이 있으면 그 할머니가 자기 손자를 집에서 직접 키우면 되는 것 아닌가. 어린이집에 맡기고서 감시할 생각을 왜 할까.”

순번을 돌아가며 아이들의 가족, 친인척이 어린이집을 지키자는 것은, 할머니에게 완장을 채워주는 것이다. 어린이집 교실마다 감시자를 하나씩 둔다는 얘기다.

현장의 목소리는 CCTV보다 더 나쁜 것이 할머니들의 참관수업이라고 얘기한다. 아동 보육에 문외한인 할머니들, 과거 몇 십 년 전 자신들이 자식 여러 명을 키우던 경험만 기억하는 할머니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눈에 훤하다. 1960년대 잣대로 어린이집 온갖 일에 잔소리를 하실 게 뻔하다. 할머니들의 참관은 어린이집 보육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불안해서 어린이집을 감시해야겠다는 학부모가 있다면, 그 가정부터 자기네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겨서 집에서 직접 키워라.

CCTV의 한계, 방치 방임의 창궐

CCTV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모든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 보육을 할 때에 움츠리게 된다. 아동학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부재하고 주관적인 판단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의심 받을 만한 어떤 행동이라도 하지 않는다.

어린이집 교사 말을 잘 듣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동일한 관심이 가겠지만,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은 방치된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방임의 창궐이다. 말을 못하면서 교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다수의 아이들은 그냥 내버려진다.

그 아이들은 방 한구석이든 중앙이든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것이며, CCTV만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지지 않을 것이다.

CCTV는 전적으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전면적으로 의무화한다 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전국 25만 명의 어린이집 교사, 원장들이 자유로이 CCTV를 취사선택하게 내버려두라. 그것이 정답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