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현상에 자동차 시장 성장 주춤
임금인상에 정년연장 요구, 경영간섭까지 노조 횡포에 몸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최근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임단협 등으로 노조 리스크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여 대형 악재들이 쌓이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 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반도체 수급난, 노사 문제 확산 등으로 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제공


당초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이동 제한 등으로 발생한 자동차 대기수요가 올 상반기 집중됐다가 하반기 보합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돌발 변수로 작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올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인도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6.2%와 42.3%의 고성장을 보이며 전체 성장률은 18.7%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진 시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 속도를 보였다.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는 391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0.9% 증가한 308만1000대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부 업체는 연초부터 반도체 수급난으로 가동 차질을 겪었다"며 "수요는 확연히 살아났지만 공급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는 하반기에 대기수요가 집중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도 5월을 피크로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수요 확대에 발맞춰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완성차 업계의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다. 이 시기에 시작해 수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결과를 도출하는 임단협으로 반등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 4사는 이달 말부터 내달 말 사이에 노사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으로 임단협 교섭 체제에 돌입한다.

올해는 임금인상 뿐 아니라 정년연장, 고용안정 등 쟁점 사안이 많아 진통이 불가피한 상태다. 일부 업체 노조는 이미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요구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지부가 교섭권을 가진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노조는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인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을 일제히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안에 넣었다. 한국지엠 노조는 성과급과 격려금을 포함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을 교섭 테이블에서 요구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라 노사간 대립이 더 심각하다. 

기업 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해 임단협 교섭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이며, 올해 임금협상(임협) 요구안은 지난해분 임단협 타결 이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임금성 외 쟁점사안도 산적해 있다. 주로 전기차 전환 등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관련된 이슈로 임금인상이나 성과급보다 노사간 이견을 좁히기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정년을 각각 64~65세로 연장하고, 전동화 등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보장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안에 넣었다. 기아 노조의 경우 특히 정년퇴직 인원 감소분만큼 신규인원을 충원해 기존 인력 규모를 유지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인력 수요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사측이 잉여인력 발생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오히려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자연 감소분마저 충원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에 대해서까지 반발하고 국내 완성차 공장 내에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차 관련 부품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을 요구하는 등 경영진이 전략적으로 결정할 사안까지 간섭하고 나섰다. 회사의 미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사 갈등 양상이 완성차 업계 노조의 줄파업으로 번져 하반기 수요 본격적인 수요 회복 상황에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경우 이미 이달 4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조합원 상당수가 집행부의 파업 지침을 무시하고 출근해 조업하고 있지만 하루 평균 생산량은 평시보다 30%가량 적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종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되며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해외 본사의 물량 배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수출에, 르노삼성은 XM3의 유럽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멸의 길을 걸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회사들은 본사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생산공장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일감인 해당차의 생산물량을 타 지역을 빼앗길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만 노조 리스크라는 반복되는 악재에 또 다시 발목을 잡힐 상황이다"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모습은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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