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상생은 허상…갑을관계, 언제나 종속·선악관계로 규정 못해

공생 상생은 허상...갑질, 열정페이는 당연하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공생을 꿈꾸는 수수료 0원 배달앱

수수료 0원인 배달앱이 화제다. 전국 각지의 배달 음식점을 하나로 묶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SBS뉴스는 대학생들이 만든 수수료 0원 배달앱을 소개했다.

학생 몇몇이 힘을 모아 앱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주 고객인 서울대 근처 식당가 56곳의 배달 서비스를 묶어 소개한다. 이용자는 5천 명에 달한다. 기존 배달 앱의 수수료는 14%이지만 이 앱의 수수료는 제로다.

뉴스멘트는 “갑질이다, 열정페이다, 못난 어른들의 씁쓸한 소식만 들려오는 요즘, 대학생들이 시작한 『공생』의 첫걸음이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말로 끝난다.

   
▲ 공생의 첫걸음, 배달앱 소개 장면. /사진=SBS 뉴스 캡처 

공생 상생은 실체일까, 허구일까

상생이 화두다. 다른 말로는 공생이라고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정부 공무원들이나 되뇌이는 유행어가 되었지만, 상생경제 공유경제라는 말은 언론 정치인 국민 가릴 것 없이 널리 퍼져있다.

이는 분명 실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지자체 단체장들이 솔선수범하여 상생경제 공유경제를 부르짖고 나서고 있으며, 관련된 정책 제도를 통해 상생을 꿈꾸는 단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허상이기도 하다. 역사상 어떤 나라도 상생과 공유, 공생을 실현하지 못했다. 대놓고 온 국민의 공유를 실천했던 공산주의 국가들은 30년 전 패망했다. 지금은 모두 자본주의 나라로 잘 살고 있다. 공유, 공생, 상생은 억지로 한다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생 상생이란 말은 허구가 아니지만 박애에 가깝다. 개인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다른 이들을 돕는 자발적인 의지 말이다.

우리가 서로를 따뜻케 하는 건 공생 덕분이 아니라 이기심 때문

우리가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이마트 주인, 파리바게뜨 주인, 편의점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그들의 행위 덕택이다. 즉, 돈벌이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

이는 가게 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생 수만 번 거래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며, 자기 이익을 바라본다.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여기저기서 떠드는 공생, 상생. 이러한 박애 행위는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박애는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이에게 베풀어야 한다. 자발적이지 않은 박애는 있을 수 없다. 교회 절 성당 모두 헌금을 강제로 걷지 않는다.

법으로 공생을 의무화하며 박애를 선포하는 것은 박애를 절멸시키는 것이다. 법이 인간에게 정의로움을 강요할 수는 있지만, 자기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공생, 공유, 상생, 박애, 혹은 다른 어떤 무엇이든 선택과 충동은 누군가로부터 강요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이를 강요하는 자들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쇠고랑을 채우려는 사람들이다.

   
▲ 최근 갑질논란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착한 기업 유한양행이 대조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SBS 방송 캡쳐 

갑질, 열정페이는 당연한 것

갑을 관계에 대해 사람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 대한항공 조현아의 땅콩리턴 뿐 아니라 주차장 모녀 사건 등 사회 곳곳에서 갑질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갑질’은 당연한 것이다. 갑질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나온다. 이는 법적으로 합의된 계약 관계이다. 계약에 따르면 갑은 을에게 페이를 주며, 을은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한다. 물주가 갑인 이상, 계약을 체결하기 전의 본질은 “갑의 마음대로 한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갑을이 서명한 계약서의 사실관계, 법적 의무에서 벗어나는 불공정한 행위이다. 이는 주로 기업 대 기업의 경우에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대한항공 조현아나 주차장 모녀, 고용주 근로자의 경우, 갑을 관계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최근 클라라와 소속사 회장과의 관계와 법적 갈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갑을 관계는 언제나 종속적이거나 선악 관계로 규정되지 않는다. 계약서 상의 『갑』이 속았을 수도 있고, 누구나 가련히 여기는 『을』이 희대의 악독한 사기꾼일 수도 있다. 사실관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이라는 이유로 돌멩이를 던지는 건 마녀사냥에 스스로 가담하는 멍청한 짓이다.

열정페이도 마찬가지 경우다. 인턴이 나름 열심히 일하지만 회사 문화와 업무 성과 기여도를 고려해서 맘에 들지 않으면, 고용자의 입장에서 정식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고용자의 선택이고 자유다.

애초에 인턴들은 본인이 정직원으로 쓰임 받을 정도로 인정받지 않는다면, 계약기간이 끝나 나가야 할 것을 각오하고 들어온 것이다. 이 또한 계약이다. 갑을 계약이며 서로가 합의한 바다.

세상은 원래 호락호락하지 않아, 자신의 진짜 가치를 찾아가길

원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신이 아무리 쓸모 있는 인재라 자부해도 회사에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인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에서 판단하는 본인의 진짜 가치를 잘 모르는 인턴 젊은이들과 가게 상인의 모습이 겹친다.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가게의 상인이, 자기 가게의 질 좋은 상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몰라 다른 이에게 하소연하는 장면 말이다.

미생으로 살고 있는 몇몇 인턴들,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스스로 약자이며 피해자라고 코스프레하지 말라. 언더도그마에 빠지지 말라. 당신이 정말 유용한 인재라면 회사에서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능력이 있다면 두 손 들더라도 영입하려는 것이 회사의 속성이다.

만약 말도 안 되는 관료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당신이라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회사라면, 그 회사는 인재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고 머지않아 망할 것이다. 업무 성과를 무시하는 더럽고 아니꼬운 처사,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면 오히려 그 회사를 피해야 한다. 당신이라는 인재를 제대로 알아볼 회사는 널리고 널렸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