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양호, 과세 회피차 토지양도 사실·양도소득 은닉"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총수 일가가 고(故) 조양호 선대 회장 생전에 이뤄진 부동산 거래에 부과된 6억원대 양도소득세에 불복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사진=미디어펜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종환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장판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조 전 회장은 2002년 11월 별세한 아버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경기도 소재 약 1700㎡에 달하는 토지를 상속받았다. 그러나 이 땅은 제3의 인물에게 명의신탁돼 있었다. 이후 조 전 회장은 2005년 명의 수탁자에게 땅을 7억2000여만원에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 2009년 4월께 8차례에 걸쳐 매매 대금을 받았다.

세무당국은 조양호 전 회장이 소유권 이전 등기 없이 명의수탁자에게 토지를 팔아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판단해 2018년 양도세 6억8000여만원을 고지했다. 조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상속권자인 유족들은 지난해 7월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나 취소 대상"이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쟁점은 토지를 양도한 시기를 계약 체결 시기인 2005년과 잔금을 모두 납부한 2009년 중 언제로 볼지, 명의수탁자에게 땅을 판 것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다.

국세기본법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나 부정한 방법으로 국세를 포탈한 경우 그 기간을 10년으로 늘린다. 양도 시기가 2005년으로 인정되거나 부정한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된다면 2018년에 이뤄진 양도소득세 부과는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 규정에 비춰보면 이 사건 토지를 양도한 시기는 2009년 4월"이라며 "조양호 전 회장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을 의도로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벌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조양호 전 회장은 명의수탁자와 구두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뿐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매매 대금을 수수했다"며 "토지양도 사실과 양도소득을 숨기려 통상의 거래와 달리 은밀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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