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고려하면 정원주 부회장의 중흥토건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주요 계열사들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창선 회장에서 정원주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까지 고려하면 중흥토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사진=중흥건설 제공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중흥그룹은 외부 재무적투자자(FI) 없이 자체적으로 인수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지분 50.75%다. 매각가로는 약 2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는 광주·전남권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중흥그룹이 메이저 건설사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중흥그룹은 아파트 브랜드 ‘중흥에스클래스’를 공급하며 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브랜드 파워나 인지도는 낮은 상황이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통해 수도권 정비시장에서부터 지방까지 수주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주택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가능해진다.

중흥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다. 중흥건설은 정 회장이 지분 76.7%,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9%를 가지고 있으며, 중흥토건은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계열 시행사업의 시공과 자체사업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흥건설보다는 중흥토건이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계열 물량이 중흥토건으로 집중되면서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다. 2015년만 해도 매출액 규모는 중흥건설 5172억원, 중흥토건 6168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9년 중흥건설 9162억원, 중흥토건 1조4731억원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영업이익도 중흥건설이 2015년 171억원에서 2019년 1185억원으로 늘어날 때 중흥토건은 73억원에서 2683억원으로 뛰었다. 정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위해 공사 물량을 중흥토건에 몰아주면서 그룹 중심이 중흥토건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선다면 중흥토건이 메인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자금 상황도 중흥토건이 더 나은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중흥건설의 자산은 8539억원, 중흥토건의 자산은 2조400억원 규모다. 현금성 자산은 중흥건설 1371억원, 중흥토건 1518억원이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도 있다. 중흥토건이 해당 SPC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경우 대우건설의 지분을 직접 인수할 때보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이 수월해질 수 있다. 중흥건설이 가지고 있는 SPC의 지분을 중흥토건에 넘겨주면 정 부회장의 대우건설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계열사별로 얼마나 자금조달이 가능한지나 인수 방식에 대해 아직 공개하기에는 어렵지만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외부 펀드나 투자자 없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들에게 오는 25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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