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김유상-쌍방울 부회장 회동 사진, 이상직이 뒷배 증거" 주장
언론·검찰, 이스타항공 사건 주시…특정 기업 몰아주기, 비상식적
'아님 말고' 식 태도, 민주 시민 자세 아냐…성숙한 자세 보여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스타항공이 올 하반기 재취항을 목표로 법원 허가를 받아 매각 공고를 낸 가운데 10여개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그룹과 내의 전문 업체 쌍방울이 포함돼 있어 본격적인 머니 게임을 예고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 구성원들에게는 모처럼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그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1일 문틈 사이로 찍힌 듯한 제보 사진 두 장을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구자권 쌍방울 부회장과 김유상 이스타항공 부사장 겸 공동 관리인이 서울 여의도 소재 모 일식집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 부사장이 특정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속된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 전 부회장이었던 구 부회장의 뒷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부사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찰 정보를 흘린 것이라면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한 사진.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부사장) 겸 공동 관리인(좌)이 구자권 쌍방울 부회장(우)과 나란히 앉아있다./사진=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제공

우리는 이스타항공에서 55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검찰에 전격 구속되는 것을 목도했다. 또한 단식 투쟁까지 불사하며 백방으로 뛴 박이삼 조종사 노조 위원장 이하 노조원들이 이를 이끌어낸 주역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년 넘게 급여 구경을 못해 억울한 삶을 살아가는 노조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과 동시에 김유상 부사장이 하필 이런 시기에 이스타항공 부회장직을 역임했던 쌍방울 고위직과 회동한 건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인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을 분명 어겼다고도 볼 수 있다.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행동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조종사 노조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노조의 문제 제기 자체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지난 4월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전주지방법원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현재 언론과 검찰이 여러 문제가 얽힌 이스타항공 사건에 대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마당에 김 부사장이 특정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꺼내드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그는 이상직 의원 보좌관을 역임한 '원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생각만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특혜 관련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중에 성토해도 늦지 않다.

모든 주장에는 입증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김유상 부사장의 쌍방울 밀어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낼 것인가. 김 부사장 본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개인적인 식사 약속을 잡았을 뿐"이라며 "구 부회장은 쌍방울그룹에서 이스타항공 M&A 실무자가 아니라 비비안 고문직을 맡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영진에 분노한 노조의 입장은 백번 천번 이해하지만 녹취록이나 증언과 같은 뚜렷한 증거도 없이 김 부사장과 구 부회장을 매도하는 건 자기 언행에 책임 질 줄 아는 민주 사회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마녀사냥에 가깝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건 강도 높은 장외 투쟁 덕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는 태도만 유지하면 곤란하다. 매각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노조의 이와 같은 행보가 이어지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조종사 노조원들은 엄연히 이스타항공 근로자들 중 일부다.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지는 않는 만큼 척을 지고 있는 근로자 연대와도 적극 손을 잡고 김유상·정재섭 공동 관리인에게도 신뢰를 보내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의 좀 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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