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수비 도중 팀 동료와 부딪혀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에 6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4회말 수비 도중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양 팀이 1-1로 맞선 가운데 4회말 수비 1사 만루에서 P.J. 히긴스가 친 공이 높이 떠 좌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짧은 타구여서 유격수 김하성은 공을 보며 달려갔고, 좌익수 토미 팸도 낙구 지점으로 질주해왔다. 팸이 공을 잡겠다는 콜을 했지만 김하성이 이를 못 들은 듯 결국 둘이 겹치며 충돌했다. 김하성의 머리 뒷쪽이 팸의 턱 부위를 강타했고, 김하성은 쓰러지면서 그라운드에 뒤통수를 찧었다.

   
▲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페이지 캡처


긴박한 상황에서도 김하성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글러브에 담았던 공이 쓰러지며 튕겨나왔는데, 벌떡 일어나 이 공을 3루수 매니 마차도에게 던져주고는 다시 쓰러졌다. 김하성의 기민한 플레이로 타구가 잡힌 줄 알고 베이스를 지키던 3루주자와 2루주자가 줄줄이 아웃되며 병살로 이닝이 끝났다.

이후 쓰러져 있던 팸은 스스로 일어나 덕아웃으로 돌아갔고, 김하성은 트레이너와 통역의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강한 충돌이어서 부상 우려가 컸지만 경기 후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의 부상에 대해 "뇌진탕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괜찮지만 하루 이틀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둘의 충돌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공의 낙구 위치, 김하성과 팸의 언어 장벽에 의한 의사소통 문제, 리글리필드 시카고 홈팬들의 소음 등을 복합적으로 꼽으면서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라는 표현을 썼다.

팸은 부상이 심한 편이어서 턱 부위를 꿰맸고 4일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CT 촬영 등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김하성과 팸은 부상 이후 곧바로 교체됐고, 이날 경기는 샌디에이고가 1-6으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한편, 팸은 이 사고 직후 덕아웃으로 향하면서 상당히 화난 모습이었고 3루 코치와 격렬하게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신의 콜을 못 듣고 달려와 충돌한 김하성의 플레이에 화를 낸 것으로 보였지만, 김하성이 쓰러진 상황에서 팀 동료의 부상 걱정을 하기보다 화부터 낸 데 대해 팬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팅글러 감독은 팸이 어떤 부분에 대해 화를 표출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팀은 열정이 넘친다. 때론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하지만 열정은 좋은 것이다. 경쟁심은 좋은 것이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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