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달여 잠행 뒤 공개 행보에서도 대외 메시지 없이 신중 모드
이인영 장관, 현정은·이중명 등 만나며 “한미훈련 조율해야” 메시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군 장병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7월 중으로 마무리될 전망인 가운데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실시될지 주목된다. 지난 5.21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대외 메시지를 일절 내지 않은 채 신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4일 한달여만에 정치국회의 진행을 위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역시 대외 메시지는 없었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30세 미만 장병 41만4000여명에 대해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날 시작된다.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 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 2차 접종도 내달 완료된다는 의미다. 30세 이상 장병 11만6000여명(접종 대상자 대비 88.1%)은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친 상황이다. 국방부는 내달 14일 AZ 2차 접종을 시작해 8월 전 마무리할 계획이다.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등에게도 오는 10일부터 백신 접종이 진행된다. 이들에게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대로 미국이 한국 군에 공여하기로 한 얀센 백신(101만 2800명분)이 쓰인다. 얀센은 화이자·AZ와 달리 1회 투여용 백신이다.

정부의 군에 대한 백신접종 계획대로라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이전에 군대 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한미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이미 70%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이상 코로나19 위협으로 인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호주와 7월 1만7000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인 ‘탤리스먼 세이버’를 실시한다고 AFP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비록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의 규모로 진행되지만 올해 한국과 일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미일 3국은 오는 10일 알래스카에서 다국적 연합공군훈련인 ‘레드플래그’도 진행한다. 켄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이 훈련에 대해 “실제 상황과 무관한 가상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북한의 반발이 나온 상태로 최근 대외 메시지에 신중했던 북한이 유독 한미일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를 비롯한 헬기가 계류하고 있다. 2018.6.19./사진=연합뉴스

북한은 3일 선전 매체인 ‘메아리’에서 ‘레드플래그’를 겨냥해 “남조선 군부의 대결 망동”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성 전염병 속에서도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는 남조선 군부의 전쟁연습 소동은 그들의 대결 광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남조선 군부는 153회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특히 엄중한 것은 이번 훈련이 남조선-미국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3자 안보협력’이 강조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연합훈련이다. 점차 심화하고 있는 ‘3자 안보협력’이 무엇보다도 우리 공화국을 겨냥하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훈련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 후 처음 진행되는 연합 훈련이다. 우리 공군은 이번 훈련에 F-15K 또는 KF-16 전투기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전투기 훈련 참가는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렇게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에 한국도 참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한미연합훈련을 취소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어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최대한 유연하게 정책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추가적으로 고조시키는 형태로 작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빠르게 나오도록 유인하는 의미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촉매제로 활용하자”고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청와대로 5당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한 질문에 “코로나19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어렵지 않겠나” “미국 측도 북미관계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설명을 위한 접촉 시도에 북한이 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미 간 연합훈련 조율이 비핵화 협상의 단초를 만들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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