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와 해운 운임 담합 얽혀...농식품부와는 삼계탕.토종닭까지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관련 문제로 다른 현업 지원 부처들과 '좌충우돌'하며 잇단 갈등 조짐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운 운임 담합 문제로 의견차를 드러내고 있는 공정위가, 삼계탕 및 토종닭 부문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와 대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9일 공정위와 해수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운회사들의 운임 담합 혐의에 대해 제재를 준비하는 중으로 관련 주무 부처인 해수부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23개 해운사와 동남아전기선사협의회에 대해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2차례의 운임 관련 담합이 있었다며 관련 매출액의 8.5~10%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23개 해운사에는 HMM, SM상선, 팬오션, 장금상선 등 대표적 국적 선사들을 포함 국내 선사 11개사가 포함돼 있다.

   
▲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8일 여의도 해운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운법에 운임을 함께 조정하는 등, 공동행위가 명시돼 있다"며 "화주단체와의 사전 협의, 해수부 신고, 자유로운 입.탈퇴 등 해운법에 따른 요건을 모두 충족한, 정당한 공동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공정위 제재로 과징금을 물게 된다면,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가정책인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며 "선복량 부족으로 수출 물류에 애로가 있는 상황에서, 과징금을 내기 위해 선사들이 배를 팔면, 선복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제재가 확정될 경우 과징금 액수가 최대 5000억원을 넘고 동남아 노선이 주력인 일부 해운사는 파산 위기에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공정거래법보다 해운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며 "공정위에도 이런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아직 제재 여부와 수위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 관계자는 "이 건은 부처 간 협의가 아니라 불법 행위 사건"이라며 "전원회의 의결 등 사건 처리가 끝나야, 다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문제는 농식품부와도 걸려있다.

공정위는 당초 9일 전원회의를 열어 삼계탕 재료 관련 업계의 담합 혐의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회의는 미뤄졌고 재개 일정도 아직 미정이다.

이어 토종닭 업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출하시기를 조절, 가격급등.락을 막기 위한 농식품부와 업계의 합의가 있었는데, 공정위가 보기엔 관련 부처의 '행정지도'도 담합의 일종"이라며 "해운 운임 관련 사건과 비슷한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공정위 국장급 간부는 "해운 및 항공 운임 등 운임 조정의 법적 근거가 있는 것과, 법에 없는 정부의 행정지도는 다르다"고 역설했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종종 다른 현업 부처들의 행정지도에 대해 담합 판정을 내리고 제재, 해당 부처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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