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실무 총 책임자, 전문성·지위 남용해 사익 편취…심각한 군수비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해군 링스 헬기 정비 사업을 담당한 대한항공에 자신의 연인 이름으로 설립한 부품 중개상을 협력업체로 등록케 해 65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현직 해군 영관급 장교가 기소됐다. 해군의 헬기 정비 실무 총괄 책임자가 자신의 전문성과 지위를 남용해 민간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사익을 편취한 것이 본질인 만큼 심각한 군수 비리 사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10일 이춘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장검사와 김종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장(중령)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해군군수사령부 수중항공관리처 소속 중령 A씨와 연인 B씨를 구속 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범행에 조력한 같은 부대 소속 해군 상사 C씨와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한항공 임직원 3명도 불구속 기소 처리 했다.

A씨는 해군에서 항공기 정비 관리 업무를 총괄해왔다. 그는 2016년 9월 연인 B씨의 명의로 부품 중개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해군 링스 헬기 창정비를 맡은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자신이 차린 부품 중개회사를 협력업체로 등록하게 했다. 그 이면에는 각종 편의 제공 대가가 걸려있었고 A씨는 65억원 상당의 재생 부품을 납품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는 게 수사 당국 설명이다.

창정비는 항공기를 완전히 분해해 복구하는 최상위 단계의 정비를 뜻한다. A씨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비계획작업 사후승인·관급 자재 지원 등을 결정하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조사됐다.

비계획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작업 외에 해군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정비다. 사후승인이 내려지면 정비가 지연된 기간에 대한 지체상금이 면제된다. 1일 지체상금은 정비마다 다르나 수천만원대에 달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한항공은 A씨가 차린 부품 중개사를 통해 영국의 모 회사가 공급하는 재생부품을 납품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링스 헬기 정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관급 자재인 신품을 써야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신품 수급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재생 부품 사용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에 따라 A씨로부터 재생 부품을 납품받았다.

수사 당국은 이전까지 링스 헬기 창정비에 재생부품이 사용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A씨는 총 65억원 상당의 계약을 통해 63억원을 수령했으며, 부품 수입 정가와의 차액 33억원 상당을 순이익으로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계약 총액 65억원을 부당 이득으로 보고 기소했다.

국내 에이전시는 통상 중개 대가로 공급가의 일정 비율, 대체로 5%의 중개수수료만을 해외 공급사로부터 지급받는다. 한편 A씨 부품 중개회사는 중개 수수료 외 별도 차익을 얻었다. 검찰은 대한항공이 A씨 요구에 의해 별 다른 역할이 없는 A씨의 부품 중개 회사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지출할 필요가 없는 33억원의 비용을 '통행세' 명목으로 지급함으로써 국가 방위비를 뇌물로 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재생 부품 사용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들어온 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민간인 B씨를 구속했지만 주범 A씨에 대해서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지난 3일에야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항공기 정비 전문 인력이 한정돼 군 내 관리·감독이 소홀한 상황에서 외주 정비·자재 수급 절차에 관한 전문성 악용·지위 남용 등을 통해 사익을 편취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군 군수사령부·방위사업청 등과 공식 협의를 하고 다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구매를 결정했다"며 "A 중령과 중개회사와의 관계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부정한 청탁을 한 바 없고 정당한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기소된 직원의 억울함을 법정에서 명백히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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