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 따르지 않으면서 사고 발생한 것으로 추정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재해 ‘0’건을 자랑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인재’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11일 광주경찰청 철거 건물 매물사고 수사본부는 수사상황 브리핑을 개최하고 현재까지의 수사 과정을 설명했다.

   
▲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와 경찰 등 합동 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앞서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정비사업지 내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광주 동구 학동 633-3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19개동, 2314가구를 짓는 정비사업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2018년 수주했다. 

이번 사고는 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대로 작업하지 않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거 작업을 맡은 하도급업체는 ‘한솔기업’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계획서대로라면 철거업체는 최상층 5층부터 철거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철거업체가 계획서와 달리 중간부터 철거를 시작하면서 건물이 인근 도로 쪽으로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불법 재하도급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한솔기업이 아닌 다른 철거업체 소속의 직원이 현장에서 작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불법 재하도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날 국과수·소방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1차 현장 감식을 진행했으며, 시공사 현장사무소·철거업체 서울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철거계획서 이행 여부 △안전 관련 규정 준수 여부 △감리의 철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철거업체 선정 과정상 불법행위 여부도 조사한다.

국토교통부도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규정하고 유사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선다. 위원회는 이영욱 군산대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산·학·연 전문가 10명으로 구성해 이날부터 8월 8일까지 두 달간 운영된다.

한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현장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몽규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