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4천 물길 따라, 역사를 따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기옛길영남길은 이름 그대로, 조선시대 한양(漢陽)에서 영남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이 영남길 제1길의 공식 명칭은 달래내고개길이다

달래내고개길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오는 첫 관문인 달래내고개를 넘어, 판교(板橋)를 지나는 길이다. , 달래내고개는 영남길의 시작지점일 뿐이고, 1길의 대부분은 성남의 신중심인 판교 일대를 지난다.

필자의 길은 대체로 달래내고개길과 일치하지만, 같지는 않다. 그러니 판교길이라 부르련다.

초입에서 달래내고개의 전설과 함께, 한양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천림산 봉수지(烽燧址)를 만날 수 있고, 청계산 숲길을 지나면 조선시대 교통의 요충지였던 판교의 유적지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판교박물관을 만난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백현동의 주택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사용된 가마터 유적지를 지나면, 쓰레기 소각장(燒却場)을 전망대로 바꾼 판교크린타워를 볼 수 있고, 시원한 풍광이 일품인 탄천을 따라 분당구청을 지나, 수인분당선 서현역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은 또 청계산에서 흘러내린 금토천과 운중천에 이어, 한강의 중요한 지류인 탄천, 그리고 분당천을 차례로 만날 수 있는, 성남 4(四川)길이기도 하다.

싱그러운 5월 초, 이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 복원된 천림산 봉수대/사진=미디어펜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청계산(淸溪山) ‘옛골을 향해 걷는다. 오랜만에 보는 원터골입구의 은행나무, 미륵당, 석불입상 및 삼층석탑이 옛 친구처럼 반갑다. 옛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면 보이는 부뚜막 청국장집 앞에, 영남길 안내판이 있다.

그 옆에 성남시(城南市)의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영남길 이야기의 시작이다.

1960년대 청계천 일대 판자촌 철거사업으로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이 모여 살던 광주(廣州大團地)가 성남시의 시작이니, 옛날도 아니면서 꽤 오래된 이야기다.

영남길을 가려면, 무심코 다른 사람들을 따라 등산로로 들어서면 안 된다. 동네 맨 끝, 이수봉(二壽峰) 오르는 길 왼쪽, 포장도로로 가야 한다. 마을과 텃밭을 지나 조금 가면 길이 나온다.

길옆에 달래내 고개 이야기 안내판이 보인다.

이 고개는 월천현, 월오현, 천천령, 천천현, 천림령, ‘달이내고개등 여러 이름을 가진,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있는 고갯길이다. ‘달아달오남매의 설화(說話)가 전해지지만, 근원 설화라 보기는 어렵다고 적혀있다.

산길을 오른다. 계속 아스팔트길을 걸어왔던 터라, 청량감이 밀려온다. 숨이 차기 시작할 무렵, 고갯마루에 천림산 봉수지가 나타난다.

경기도기념물 제179호 천림산(天臨山) 봉수지는 부산 동래 다대포진에서 시작한 봉수 신호를 용인 석성산 봉수에서 전달 받아, 최종 목적지인 서울의 목멱산(지금의 남산) 봉수로 전했다.

4개의 연조(아궁이)와 방호벽, 담장 등을 복원했으나, 1연조 구역은 발굴 당시모습 그대로다.

봉수대 뒤에 서니, 조망이 탁 트인다. 멀리 보이는 산이 석성산일 터...조금 아래엔 부속 건물터도 남아있다.

반대쪽으로 고개 아래로 내려갔다. 청계산 기슭의 한적하고 예쁜 마을길이 나온다. 시설하우스 등 근교농업이 행해지는, 도시 속 농촌이다.

그 왼쪽으로 금토천(金土川)이 흐른다.

성남시 금토동은 금현동(金峴洞), 둔토리(遁土里)자를 가져와 지어진 지명으로, 이곳을 지나는 하천을 금토천이라 부른다. 삼평동 독점을 거쳐 운중천에 이르며, 금토동 금현말에서 흘러 온 외동천이 유입된다. 총연장 3070m, 제법 큰 지방하천이다.

그 물길을 따라간다.

포장도로를 만나기 직전, 길옆에 남원윤씨(南原尹氏) 찬성공 묘소 입구임을 알리는 큰 비석이 서있다. 문중 묘역인가보다. 큰 향나무도 보인다.

금토천은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한다. 바로 판교 분기점 인근이다. 굴다리 벽에 벽화가 잔뜩 그려져 있다. 굴다리를 한 곳 더 통과하면, 바로 성남과 판교의 자랑 테크노밸리가 나온다.

테크노밸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성남시와 판교 신시가지의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조성된 첨단연구단지(尖端硏究團地). 900여 개에 육박하는 정보기술(IT).문화기술(CT).생명공학기술(BT) 기업들이 입주해있으며, 상시근로자만 6만여 명에 달한다.

입주기업의 90%가 연구소를 보유한, 대한민국 첨단산업(尖端産業)심장이라 할 만하다. 천변 길 양쪽에 이름 있는 기업의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다.

이 곳은 삼평동(三坪洞)이다. 1914년 삼거리와 보평리를 통합, 붙인 이름이다.

삼평교를 건너며, 금토천 물길을 조망해본다. ‘판교디지털센터’, ‘판교이노밸리클러스터앞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는 도로를 따라간다. 고급 단독주택단지 앞을 지나면, 오른쪽에 판교박물관(板橋博物館)이 보인다.

서울에서 영남으로 가는 길목인 판교는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교통의 요충지다. 판교 택지 조성 전 문화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상당량을 판교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특히 한성백제(漢城百濟)의 돌방무덤(석실분)이 밀집돼 있고, 일부 발견되는 고구려의 돌방무덤은 고구려가 백제를 밀어내고 한때 이 지역을 지배했음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한성백제 및 고구려의 돌방무덤 각 7, 2기를 복원, 전시 중이다.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11~13호들이다.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등, 각종 유물들을 보관한 수장고(收藏庫) 겸 전시실도 볼 만하다.

사거리를 건너, ‘현대힐스테이트단지와 동판교성당을 지나면, 또 다른 유적을 만날 수 있다.

판교유적이라는 안내판에는 판교지역에서 발견된 많은 유적과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 위 언덕에는 한성백제의 집터와 부뚜막, 통일신라~고려시대 숯가마, 조선시대의 기와 가마와 도기(陶器)가마 및 대형 건물터 등, 유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붉은 벽돌조 성당 건물과 유적지가 제법 어울린다.

반대편 정자 너머엔 인공암벽 훈련장이 있다. 그 옆 불꽃교회앞을 지나 도로에서 좌회전, 조금 내려가면,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보도육교(步道陸橋)가 있다.

고속도로를 건너면, 정면에 우뚝 솟은 것이 성남 판교크린타워.

이 타워는 본래 판교신시가지 사업 시행 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 성남시에 기부채납한 쓰레기 소각장이었는데, 높이는 47m. 지금은 북카페 겸 전망대로 변신, 시민들의 여가(餘暇) 명소가 됐다. 판교.분당 신시가지와 청계산이 잘 조망되는 곳이다.

타워를 지나면, 화랑공원이 나온다.

   
▲ 화랑공원/사진=미디어펜

화랑공원은 금토천과 운중천이 만나, 탄천으로 흘러드는 곳에 조성된 공원이다. 운중천(雲中川)은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을 흘러 탄천으로 유입되며, ‘운중이란 지명은 청계산 국사봉 밑이라 뫼룬’, ‘머루니’, ‘뫼운’, ‘산운이라 부르다가 이 일대를 운중동이라 통칭하게 됐다고...

이 지역은 또 판교원이라고도 부른다.

고려 말 강릉부사를 지낸 명신 조운흘이 교통의 요지인 이 곳에 판교원(板橋院)과 사평원(沙平院) 두 원을 경영하면서, 스스로 원주라 칭하고 남루한 옷과 짚신을 신고 지내며 일꾼들과 노도를 같이했는데, 아무도 그가 높은 벼슬을 지낸 것을 몰랐다고 한다.

운중천은 금토천보다 더 자연하천 같은 풍경이다. 시골 개울 같은 물길을 따라간다. ‘원너머교란 다리 이름도 판교원과 무관치 않을 게다. 다리를 건너면 낙생대공원(樂生大公園)이다.

공원 입구엔 성남항일의병기념탑이 서있다.

동천 남상목 선생, ‘청계산 호랑이로 불렸던 윤치장 선생 등, 성남출신 항일의병(抗日義兵長)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지난 2015광복70주년을 맞아 이 공원에 탑을 세웠다.

여기도 4~5세기 한성백제 및 고구려의 돌방무덤 유적들이 모여 있다.

백제의 돌방무덤 9기에서는 금, , 금동으로 만든 머리장신구 등 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고, 고구려 돌방무덤 2기는 고구려의 남진 흔적이다. 유적지 위에는 작은 연못과 정자도 보인다.

다시 도당산교를 건너고 인조잔디구장 옆으로 올라가면, ‘한국잡월드가는 길이 있다. 언덕을 넘어가는 숲길이다. ‘소나무산책길이란 나무 팻말이 붙었다.

그 너머는 분당구 백현동(柏峴洞) ‘카페거리. 백현 야구장도 제법 규모가 크다.

잡월드 못 미쳐 야구장 옆에, 고속화도로를 밑으로 통과하는 황새울 지하보도가 있다. 지하보도를 통과하면, 탄천을 건너는 다리를 만날 수 있다.

한강 대표 지류의 하나인 탄천(炭川)은 역시, 앞서 본 금토천이나 운중천과는 차원이 다르다.

탄천 건너편 도로 옆 소공원을 따라간다. 천변 고수부지에 파크골프장도 있다. 도로 오른쪽에 분당구청(盆唐區廳), 왼쪽엔 황새울 공원이 보이고, 그 앞으로 분당천이 가로질러 탄천으로 흘러든다. 분당천은 소하천이지만, 율동공원과 분당저수지, 다시 분당중앙공원을 관통한다.

조금 더 걸으면, 지하철 수인분당선(水仁盆唐線) 서현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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