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사외이사 공석…청와대 비서관 출신인사 하마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 또다시 청와대 인사개입설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공석이 된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를 내정할 거라는 설이 제기되자, 노동조합 추천이사제를 추진 중인 금융노조 수출입은행지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투명한 경영과 지배구조를 요구하며 ESG경영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정부가 인사를 내정하는 국책 금융기관에서 더 큰 부패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사진=수출입은행 제공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비상임이사로 활약하던 나명현 전 사외이사의 임기가 지난달 31일 끝나면서 해당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노사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 전 각각 추천 인사를 물색하는 모습이다. 노조는 공석인 이사 후보군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내정될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인사는 과거 경영‧경제 관련 교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 내정설을 파악한 건 지난주께다. 아직 주무 부처인 기재부나 청와대에서 그 사람이 맞는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게 아니라 단정할 순 없지만 진실에 가까운 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 소양은 갖춘 인사겠지만 금융 공공기관 (사외이사)은 기본적으로 금융 메커니즘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임기 3년 동안) 사외이사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에서 실무적으로 내부 안건을 제대로 파악할 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외이사가 감시자로서 활약해야 하는데, 구색 맞추기 식으로 꾸려지고 있어 내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거로 보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수은 측은 “오늘 기준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아직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외이사 직은 공석인 채로 있다”며 말을 아꼈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는 건 지난해에도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했지만 결국 수은 측의 인사로 채워진 까닭이다. 수은 노조는 지난해 1월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아무도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출신인 유복환 전 세계은행 한국이사와 명지대 경영대학원 원장을 지낸 정다미 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이 비상임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한국수출입은행법 제11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전무이사와 이사는 행장의 제청에 의해 기재부 장관이 임면하고, 감사는 기재부 장관이 직속으로 임면하게 돼 있다. 

특히 수은 정관 제2장 제9조(임원의 임면) 3항에 적시된 비상임이사 조건은 △경영‧경제‧회계‧법률 또는 대외경제협력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이거나 △은행 경영 기타 관련분야에 관한 학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지지부진 한 탓에 정부 인사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행장과 같은 편인 인사가 자리를 맡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장이 (청와대) 낙하산이지 않나. 지금 공공기관은 감사와 사외이사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기관장을 견제하라고 사외이사 제도를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기관장과 같은 편인 사람을 앉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외이사 제도가 정부에서 전리품을 나눠주듯 하다보니 기관운영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며 “사외이사 중 한 자리라도 정부입김에서 벗어나 기관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들어 국책 금융 공기관을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들이 채워지는 모습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면 친정부 인사의 내정이 어려워지는 만큼, 임기 전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노조는 수은 외에도 자산관리공사의 사외이사와 상임이사 직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 지난 9일 반발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국가 정책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부 인사가) 명확하게 낙하산이라고 가를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정권 말기라 공석마다 (낙하산 인사가) 서로 한자리씩 챙기려고 난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놓치면 다음 정권에 누가 들어설지 모르는 만큼 오히려 (자리 챙기기에) 혈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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