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성평등 선진국 스웨덴이라면?
스웨덴 국방무관 라르손 중령 인터뷰 "안전 느낄 환경 조성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1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의 사망 사건 가해자인 장모 중사(20전투비행단)는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으로 보통군사법원에 구속기소됐다.

지난 3월 사건 발생 111일 만이자, 피해자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30일 만이다.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22일 3차 회의를 갖고 수사 논의를 이어간다. 이날 회의에선 이 중사의 성추행 신고를 은폐·회유하려 한 혐의를 받는 노모 준위·노모 상사 등에 대한 기소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우리 군이 처한 상황은 특수하다. 사병은 전부 남성이다. 간부의 경우 남성이 중심이되, 장교 일부와 준사관, 그리고 부사관 일부가 여성이다.

이번 사건은 간부 내 지위 고하에 따른 폐단을 비롯해 여군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남성 중심의 억압적인 군 문화가 빚은 비극으로 꼽힌다.

이에 본보는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떤지 알아보았다. 남녀 성 차별 없이 동등하게 군대로 징병하는 스웨덴과 관련해 주한 스웨덴 대사관 국방무관인 요한 라르손(Johan  Larsson)중령과 인터뷰를 가졌다.
주일 스웨덴 대사관 무관을 겸직하는 라르손 중령은 현재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어진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2019년 스웨덴군 연대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한 여군의 뒷모습. /사진=스웨덴 국방부 제공

라르손 중령은 스웨덴 군의 '성범죄 사건' 처리와 관련해 "기소까지 이어지지 않는 모든 종류의 잘못된 행동이나 범죄에 대해 스웨덴 군대는 그 처벌을 결정할 수 있는 책임위원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위원회가 내리는 처벌은 경고, 벌금, 해고일 수 있다"며 "군대에 있든 아니든 성범죄를 다루는 법이나 형사 처벌 수준에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라르손 중령은 "스웨덴 군은 모든 종류의 성 범죄를 수용하지 않았고, 고위직의 비호 또한 없었다"며 "성범죄가 용납되지 않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르손 중령은 현재 스웨덴에는 해군참모총장, 육군참모차장 및 군사정보국장을 포함하여 수많은 여성 장군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라르손 중령은 스웨덴 군 문화에 대해 "간부들의 모임은 일부에서만 찾을 수 있고, 그외 (장교와 사병간의) 강압적인 모임 활동은 거의 없다"며 "모든 군 간부가 모여 파티를 여는 크리스마스를 제외하면 다른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이 중사 사건에서 불거진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 미비'에 대해 라르손 중령은 "(스웨덴 군에서) 가해자로 판단되면 즉시 다른 곳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성범죄 사건을) 보고하도록 장려하고, 초기 단계에 이를 식별한 후 문제가 되기 전에 처리(필요한 경우 관계자를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 성범죄에 대해 "보통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식별하는건 매우 어렵지만 사건을 조사해 고소하는 것도 어렵다. 성범죄 사건은 암과 같으며 일반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조치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성범죄를 비롯해) 한국 군대에서 불거지는 군인에 대한 가혹한 대우는 오늘날 스웨덴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며 "모든 지휘관은 휘하의 군인들이 안전하다고 느낄만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르손 중령은 "군인들은 (자신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사람이 아닌, 롤모델로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따른다는 것이 여러차례 입증되었다"며 "스웨덴의 군 모델은 젊은이들이 징집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긍정적인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남녀 모두 징집해야 한다는 이슈가 떠오른 바 있다.

'남녀 모두에게 군 복무를 지게 한다면 젠더 문제와 관련해 라르손 중령은 "여성에 대해 자발적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 다음에 의무적이고 '성 중립적인' 징집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성별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로 (군에서) 젠더는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개인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평등은 젠더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갖고 개인으로서 만날 때 가능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성별로 군인을 뽑거나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며 "체력 등의 이유로 남성이 일반적으로 더 나은 전제 조건을 갖는 직군이 있을 수 있으나 해당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여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라르손 중령은 인터뷰 말미에 "성 중립을 더 선호한다. 적어도 모든 사람은 성 중립을 지향해야 한다"며 "모든 군인이 자신의 배경과 무관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성 중립적인 군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각 요구사항과 개인 기술에만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여기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최선의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춘 부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성범죄와 같은 잘못된 행동이 수용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라르손 중령과의 인터뷰 전문.

- 스웨덴에서는 여성도 군대 징병 대상으로, 여군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웨덴에선 군대 내에서 상하 계급의 위계, 권력에 의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나? 혐의 입증 방식과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형사 처벌 수준에 대해서 궁금하다. 일반 시민의 성범죄와 군인의 성범죄를 다르게 처벌하는 게 있나?

"군대든 아니든 성범죄를 다루는 법이나 형사 처벌 수준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기소까지 이어지지 않는 모든 종류의 잘못된 행동이나 범죄에 대해 스웨덴 군대는 그 처벌을 결정할 수 있는 책임위원회를 두고 있다. 처벌은 경고, 벌금, 해고일 수 있다. 이는 모든 종류의 성 범죄에도 적용된다.
 
스웨덴 군은 모든 종류의 성 범죄를 수용하지 않았고, 고위직의 비호 또한 없었다. 성범죄가 용납되지 않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 스웨덴에는 해군참모총장, 육군참모차장 및 군사정보국장을 포함하여 수많은 여성 장군이 있다."

- 스웨덴 군대에서의 식사 문화, 음주 문화는 어떠한가? 상하 계급에 따라 강압적인 위계 질서가 있나?

"복무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군대는 많이 바뀌었다. 간부들의 모임은 부대내 일부 부서와 군 학교에서만 찾을 수 있고, 강압적인 활동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스웨덴 군에서의 대화는 (군 계급과 관련해) 거리낌 없이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경우 서로 다른 계급이라도 각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반면,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계급을 호칭한다.

스웨덴 일반 직장의 직원이 저녁 식사와 같은 사회 활동에 참석하는 경우는 1년에 거의 없을 정도다.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간부가 함께 모여 파티를 여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군 전통이지만, 많은 군인들에게 이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다. 군이 해외 임무를 수행할 경우 좀 다르다. 솔직히 성희롱을 포함한 기타 문제를 피하고 싶다면 (함께 술을 마시거나 식사하지 않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이슈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분리가 제대로 안됐고, 가해자의 보직 이동 등 인사 조치가 미비했다는 점이다. 스웨덴 군에서 이와 같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조치하나?

"가해자로 판단되면 즉시 다른 곳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는 (기존 부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성범죄는 보통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식별하는건 매우 어렵지만 사건을 조사해 고소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성범죄 사건을) 보고하도록 장려하고, 초기 단계에 이를 식별한 후 문제가 되기 전에 처리(필요한 경우 관계자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은 암과 같으며 일반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조치하는 것이 훨씬 쉽다."

- 한국의 경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부대 지휘관을 문책하거나 보직 해임하기도 해 조직적인 은폐 동기를 높이고 있다. 스웨덴은 사건이 벌어진 부대의 지휘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성범죄에 연루되지 않아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스웨덴 군에서는 성범죄 사건을 다른 범죄나 사고와 구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령 군인이 훈련 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 경찰과 법원은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항상 조사한다. 여러 사건에서 법적 쟁점을 들었을 때 내 자신이 꽤 많이 놀랐던 것을 기억한다. 어떤 경우에는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부대 지휘관이 기소되기도 한다. (범죄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휘관은 징계를 받고 대부분 해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성범죄를 비롯해) 한국 군대에서 불거지는 군인에 대한 가혹한 대우는 오늘날 스웨덴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지휘관은 휘하의 군인들이 안전하다고 느낄만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인들은 (자신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사람이 아닌, 롤모델로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따른다는 것이 여러차례 입증되었다. 스웨덴의 군 모델은 젊은이들이 징집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긍정적인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스웨덴 군에서는 성착취, 성폭행 예방 교육이나 심리 상담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

"우리가 군대에 여성을 징병해 배치해온 지난 기간 내내 모든 군인에게 필수 과정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관련 캠페인과 유사하다. 간부 교육, 임무수행 훈련 과정의 일부로 다양한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이 남녀 모두에게 군 복무의 의무를 지게 한다면, 젠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여성에 대해 자발적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 다음에 의무적이고 '성 중립적인' 징집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성별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로 (군에서) 젠더는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성 평등은 젠더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갖고 개인으로서 만날 때 가능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성별로 군인을 뽑거나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남녀 특정 성별로 할 수 없는 군대 업무를 떠올리기 힘들다. 체력 등의 이유로 남성이 일반적으로 더 나은 전제 조건을 갖는 직군이 있을 수 있으나, 해당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여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직군에 성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거의 명확하지 않다.

성 중립을 더 선호한다. 적어도 모든 사람은 성 중립을 지향해야 한다. 유토피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군인이 자신의 배경과 무관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성 중립적인 군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각 요구사항과 개인 역량에만 중점을 두어야 한다. 여기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최선의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춘 부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성범죄와 같은 잘못된 행동이 수용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