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AFC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귀국환영식

 태극전사들을 향해 날아오던 엿이 7개월 사이 향기로운 꽃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5 AFC 아시안컵’을 마무리 짓고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입국장에는 27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을 보려는 인파로 가득찼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 엿이 날아오던 지난해 6월과는 180도 상반된 모습이었다.

월드컵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쓸쓸히 입국했다. 일부 팬들은 엿을 던지며 얼어붙어 있던 분위기를 험악하게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사이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됐다.

   
▲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축구대표팀은 비록 55년만의 정상탈환은 실패했지만 준결승까지 무실점한데 이어 결승전에서도 ‘아시안컵 역대 최고의 경기’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후반 종료시점 손흥민의 ‘극장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대표팀은 아쉽게 연장 전반 호주에 실점하며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 대표팀이 결승까지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월드컵의 실망스런 경기력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자신의 팀을 구상하기에는 너무 촉박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4강도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오만전을 비롯해 쿠웨이트, 호주를 잇따라 1대0으로 제압하고, 8강전부터는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과 손흥민의 골이 터지며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주최국 호주와의 결승전에도 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2002년의 향수를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가득 메웠다.

대표팀의 경기력을 반증하듯 귀국 환영식이 예정된 인천공항 밀레니엄홀은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팬들과 취재진으로 가득찼다. 선수들이 나오는 C게이트 앞에는 취재진의 카메라가 빼곡이 들어섰고, 팬들은 벤치나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직접 제작한 현수막을 내건 팬들도 있었고, 우연히 소식을 알게된 여행객까지 몰려 현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윽고 축구대표팀이 등장하자 사방에서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준비된 꽃을 안은 선수들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월드컵 이후 힘들어했는데 이런 환영이 필요했다”며 “우승하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은 약속했었다. 선수들 모두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줬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결승전 극장골의 주인공이자 이번 대회 3골을 넘은 손흥민은 “우승할 기회를 놓쳐 아쉬웠고, 은퇴하는 (차)두리 형에게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선물을 드리지 못해 슬펐다”며 “월드컵 예선이 다시 시작하는데 이제 아시아에도 쉽게 이길 팀이 없다는 점을 선수들이 느끼고 준비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주장 기성용은 “한 달 동안 뜨거운 응원을 해준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비록 우승을 못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는 차두리는 “팬들의 응원 때문에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저는 은퇴를 하지만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으로 국가대표 유니폼과 작별했다. [미디어펜=임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