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경제부 김재현 기자.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기해가 원수를 추천했다는 말로 기해천수(祁奚薦讐)란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왕 진평공은 남양 땅에 현령 자리가 비자 기해에게 후임자를 추천하라고 명했다. 기해는 철천지원수 사이인 해호를 천거했다. 둘 사이를 알고 있던 왕이 이유를 물었다. 기해는 "왕께서 남양 현령에 누가 가장 적당한지 물었고 저의 원수를 물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올 상반기 대규모 인사를 눈 앞에 두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국장급 인사가 예고된 상태여서 이번 인사 이동에 대해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이번 인사에 자신이 어느 부서로 옮길지 예단 할 수 없어 귀를 쫑긋 세우며 분위기를 엿보는 중이다.

특히 금융위 핵심 부서인 금융정책국장, 금융서비스국장, 자본시장국장의 국장급 이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는 창조경제를 선도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업을 만들기 위해 기술금융, 핀테크, 정책금융 등 금융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부분 금융위의 역점과제들이 핵심 부서에 몰려 있다.

금융위 국장급 인사가 단행되면 과장급 인사들의 보직 변경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동안 추진하거나 예고된 금융정책과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인사 변동 폭과 편제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지사일 터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금융위 인사에 관심이 많다.  금융권도 금융혁신을 위해 금융위와 보조를 맞추면서 금융위 담당자와 수시로 연락 취하며 의중을 파악했던 만큼 대규모 금융위 인사 이동은 금융권으로서는 부담이다. 

한편으로는 근심이 가득하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금융개혁 현안들이 많아 인사 이동에 따라 정책들을 재점검하고 과제들을 검토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선임자들만큼 현안을 자세히 파악하거나 전문성을 가늠할 수 없어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금융위 전 관계자도 보직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눈치다.  해당 부서에서 확실하게 심혈을 기울였던 것만큼 후임자가 전임자보다 잘 해낼지 의문이다. 너무 자주 바뀌면 새로운 과제를 습득해야 하는 사정상 전문성 뿐만 아니라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

간혹 기자들도 담당자에게 현안 관련 질문을 하면 새로 온지 얼마안돼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며 허니문 기간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듣곤 한다.

물론 고인 물이 썩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르다보면 시비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금융 개혁의 첫 발을 디딘 시점에서 대규모 이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금융을 예로 들어보자. 그동안 금융위는 기술금융을 추진하면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인다고 했지만 금융권과 여론에서는 실적쌓기에 불과하다며 금융당국의 정책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정부정책에 동참하지 않으면 아웃"이라며 금융권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점을 간파한 듯 부드러운 카리스마에서 독사로 변신한 이유일 것이다.

   
▲ 금융위원회 전경 모습./미디어펜
지난해 금융위는 금융규제개혁, 기술금융 인프라 구축 등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보수적 관행은 단기간 이뤄질 수 없다. 

더욱 신 위원장의 의지와 달리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있다. 신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버티면 된다는 식의 보신주의도 금융위의 속도전이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위는 올해 IT·금융융합, 기술금융 3.0 도약, 금융개혁, 취약계층 금융환경 개선, 금융서비자보호, 가계부채 구조개선, 상시적 기업구조조정 촉진, 대내외 위험요인 대응 등 추가적인 금융개혁을 마련·실행에 옮기고 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인사는 설득력을 잃게 되고 조직의 힘을 약화시킨다. 조직원들의 자질과 능력,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관건이다. 업무의 전문성과 성과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지만 합리적인 수준이 필요하다.

창조금융 성과, 금융시장 확립, 금융안정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신 위원장을 필두로 금융당국 직원들과 금융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냉정한 잣대 아래 망망대해를 헤쳐가야 한다.

미국 격언에 "Don't horses while crossing a stream"이란 말이 있다. 냇물을 건너는 중에는 말을 갈아타지 말라는 뜻이다. 조금만 참으면 냇물을 다 건널 수 있고 그때가서 얼마든지 순리적으로 말을 바꿔 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조직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내부 직원들의 변화로 금융개혁의 심지가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