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 또 지리한 줄다리기 시작
이준석·안철수 회동에서 합당 공감했지만 당명 두고 신경전
‘원 오브 뎀’이 되기 싫은 안철수의 몸값 올리기 비판 목소리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가 또 다시 지리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이어 회동을 가지면서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가 지난 4·7 재보궐선거부터 주장해 온 “원칙 있는 합당”만 반복하자 정치권에서는 ‘진빼기’ 전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자신에게 전혀 유리할 게 없는 만큼 시간을 끌어 협상 판과 몸값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12일 노원구 상계동 카페에서 '번개 회동'을 한 데 이어 16일 국회에서 이 대표를 만나 합당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표는 "합당 후 당은 철저히 안 대표와 과거 바른정당 동지들이 꾼 꿈까지 반영된 큰 당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을 국민이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게 하자"고 말했다. 안 대표도 "범야권이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 양당 통합"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합당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 듯 했지만, 곧장 ‘당명’을 주제로 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주호영·안철수 협상안에는 권 원내대표의 내용(제안)은 없었다"고 지적했고, 안 대표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반문했다.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라디오에서 "당 대 당 통합에는 신설 합당과 흡수 합당이 있는데, 신설 합당은 당명 개정까지 포함한다"며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층은 신설 합당을 원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안 대표가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야권의 ‘대장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민의힘 합류가 현실화되면 안 대표는 당내 주자 중 한 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 입장에선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민의힘 중진들을 외곽에서 관리하며 대선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단일화 게임을 벌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이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가 취한 경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꺼내든 건 사실상 안 대표였다”면서 “‘원칙 있는 합당’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내걸고 시간만 끄는 것은 결국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의 주장대로 ‘경선버스 정시출발론’이 현실화되고, 당밖의 대권주자들이 합류하면 안 대표는 ‘원 오브 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선까지 ‘합당’이라는 이슈를 최대한 붙잡고 있는 게 안 대표로서는 더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합당이 난항을 예고하면서 국민의힘이 꾸리는 빅텐트에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가장 먼저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국민의힘 입성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 대표도 지난 14일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개인적으로 봤을 때 늦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르면 다음 주 홍 의원 복당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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