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11.30 14:26 화
> 경제
[기자수첩] 산업은행의 HMM 민영화, 급하면 체한다
주가 2000% 폭등·재무실적 대폭개선…기초체력 더 강화해야
승인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승인 2021-06-17 14:20:53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 류준현 기자/경제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4일 열린 온라인 이슈브리핑에서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이 회장은 이익 시현 포기가 곧 ‘배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산은은 지난 2017년 12월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 정책 일환으로 3000억원 규모의 HMM CB를 인수했다. 6000만주에 해당하는 규모로 한주당 5000원으로 교환할 수 있다. 전날 HMM의 종가 4만 505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식 전환에 따른 차익은 약 2조 40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의 관심이 향후 주가 행보에만 매몰되면서 산은이 HMM을 조기 민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 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원 이상을 거두는 회사가 몇 없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을 시현해 올해 1분기 1조 1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에도 1조원 돌파가 기정사실화돼 있다. 

해운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이 HMM을 민영화할 적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HMM 민영화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자자하다. 우선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 전 세계 각국으로 완제품과 반조립제품을 수출하는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라는 점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이 막힌 ‘섬국가’에서 산업계가 우수한 원가경쟁력과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국적선사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채권단 지분이 외국자본 등 제3자에게 매각된다면 최근 정부가 물류대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요구 중인 임시선박 투입도 거둬야 한다.

HMM 선복량이 여전히 부족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HMM은 지난 2016년 8월 선복량이 14위(43만 7512TEU‧60척)에 불과했지만 17일 현재 8위(81만 172TEU‧78척)에 랭크하는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소속 중인 얼라이언스 선사들(하파크로이트 178만 3928TEU‧260척, ONE 158만 7358TEU‧218척)에 견줘 여전히 열위에 있다. 현재 3대 해운동맹은 상위 9개사로 이뤄져 있다. 7위 에버그린과의 선복량 격차(추가 선박 발주량 제외)도 54만TEU에 달한다. 

또 동맹은 계약기간이 남아도 경우에 따라 언제나 헤쳐모일 수 있다. 현재의 체급으로 HMM이 민영화된 후 먼 미래 해운불황이 도래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HMM 지분을 통으로 내놓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익(國益) 관점에서 설익은 민영화가 될 거라는 시각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 자본 중에서는 포스코‧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 화주가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지만, 목적도 없이 지분을 인수하는 회사는 없다. 때에 따라 자사 물량을 우선적으로 취급해 중소화주가 외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국계 자본도 잠재적 인수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쌍용차의 중국 상하이차 ‘먹튀 논란’, 금호타이어의 중국 더블스타 매각사태를 놓고 볼 때 기업 경쟁력 부실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사진=산업은행 제공


물론 HMM의 민영화 출구전략은 언젠가 실행해야 한다.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옛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HMM의 관료주의화(化)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HMM이 산은의 보호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가 되자 방만경영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언젠가 HMM이 관리단 체제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하지만 해운업 중에서도 컨테이너선부문은 국책 금융기관들의 직간접적인 금융지원이 불가피한 ‘반관반민(半官半民)’ 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 책임론에 대해 “외국 선사들이 정부의 지원에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지원을 받아 물량공세 및 저가공세로 출혈경쟁을 하는데,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미주‧유럽 등 전 세계를 누비는 국적선사가 하나 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HMM이 기초체력을 갖출 때까지 채권단 보호와 국가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산은은 ‘기업체질 개선 및 산업경쟁력 강화 지원’을 내걸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역량을 제고하겠다”며 은행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 국책은행인 산은이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곧 지분 24.99%를 보유하게 되는 산은이 어떤 선택을 할 지 행보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세종로대우빌딩 복합동 508호  |  회사직통번호 : 02)6241-7700  |  팩스 : 02)6241-7708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574 | 등록일.발행일 2008.5.8   |  발행인 : 이의춘 | 편집인·편집국장 : 김태균 | 청소년보호책임자:김사성
Copyright © 2013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