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법률상 6대 범죄 수사 가능한데 '상위법과 충돌'…중간간부 인사로 수사 틀어막을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요청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직제개편안에서 '지청 직접수사에 대한 장관 승인' 조건을 철회했지만, 검찰의 반발이 여전하다.

모든 검사는 법률상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지만, 경제범죄와 관련한 권력형 비리 수사는 자신의 보직 위치에 따라 전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범계 장관의 이번 수용에 대해 김오수 총장과 함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특히 오는 29일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수사할 수 있는 검사와 수사하지 못하는 권사를 나눠, 현 정권에 대한 수사 시도를 완전히 틀어막을 것으로 관측된다. 직제개편으로 여건을 만든 후 인사로 틀어막는 구조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내내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최대한 빼앗아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 1 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끝내 이루어냈고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꾀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이번에 합의한 것은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 일반 형사부에서도 경제범죄 고소사건에 한해 직접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으로 직제개편안에 관한 '검찰청사무기구에관한규정'(시행령) 개정안을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사실상 직접 수사를 못하게 됐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우측)이 6월 2일 법무부 청사에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과 면담을 갖기 전 인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법무부 제공
전국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는 향후 6대 범죄 중 부패,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5가지 유형의 범죄 사건을 인지(認知) 수사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수사 인력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는 직접 수사를 아예 하지 못한다. 다른 지검에서는 직접수사가 가능한 형사부를 1개 부서(제일 끝부인 말(末)부)로 제한한다.

경제범죄 직접수사만 가능하지만 이는 고소 사건으로 한정된다. 제 3자가 고발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형사부 말부는 수사에 착수하려면 김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조건 또한 까다롭다. 검찰총장이 수사단서 확보 과정의 적정성, 사건 내용의 공익성, 수사 적합성 및 입증자료의 충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 착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여 승인한다.

이번 직제개편안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과 부딪힌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청법 4조에는 '검사는 공익 대표자로서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보장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19일 본보 취재에 "원래 검사는 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하게끔 되어있었지만 이를 사실상 거의 못하게 된 것"이라며 "수사 착수 자체에 여러 조건을 두어 사실상 하지 못하게 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조만간 단행될 인사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그는 "각 지검 형사부 말부만 잡으면 권력 수사를 완벽히 틀어쥘 수 있다"며 "형사부 말부 부장검사를 친정권 인사로 앉히면 끝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사건의 성격 또는 긴급성에 따라 지검에서 수사를 착수한 후 대검에 사후 보고하는 것이 용인되어 왔지만 이젠 이 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앞서 수원지검이나 대전지검의 청와대 정권 관련 수사와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이에 대해 본보 취재에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훨씬 더 좁혀놨고, 수사 착수할 수 있는 검사를 제한했으며, 수사 개시 또한 김오수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 또한 여러 조건을 달아놨다"며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너무 명백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상위법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총장이나 장관이나 상위법 충돌을 뭉개면서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 같은 속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실상 검찰의 권력 수사는 끝났다"며 "단 8~9개월 남은 정권이 검찰 칼날을 완전히 틀어쥐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직제개편안은 대검 등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를 거칠 예정이다. 김 총장이나 박 장관이나 합의한 대로 통과시켜 검찰의 목줄에 재갈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검찰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