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TV 시장 절대 강자로 통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 나란히 창사 이래 최고의 판매 실적을 냈지만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원가 상승 이슈가 생겼고 언제 끝날지 모를 반도체 대란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TV 출하량은 1161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35% 증가한 90억1240만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10조2186억원이다.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32.9%로 글로벌 TV 시장 내 최고치다. 지난 15년 간 관련 시장 1위를 수성해왔던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V용 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TV LCD 패널가는 75인치 333달러, 65인치 183달러, 55인치 122달러, 43인치 81달러였다. 그러나 올해 3월 16일부터 31일 사이에는 75인치 370달러, 65인치 262달러, 55인치 212달러, 43인치 136달러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LCD 패널 구입에 1조8624억원을 썼다. 전년 같은 기간 1조324억원에 비해 80.3% 폭증한 수준이다. 그러는 사이 매출의 오름폭에 비해 원재료 매입가는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가 LCD 패널 구매 비용을 크게 늘린 것에 대해 업계는 중국 회사로 납품처를 확대한 자승자박의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다. 무한 치킨 게임을 통해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패널 가격을 올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싼 값에 패널을 내놨던 중국 기업들이 가격 공세 끝에 승기를 거머쥐며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갑이 됐다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시장 점유율 50%로 1등을 자랑했지만 올해는 11% 수준으로 중국 60.7%, 대만 20.9%에 크게 뒤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패널 생산을 늘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사업 철수 뜻을 밝혀 생산량을 대폭 줄인 상태였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사업장 일부를 정리했고, 중국 LCD 공장은 CSOT에 매각했다. 때문에 모회사 삼성전자의 수요를 맞춰줄 수 없는 셈이었다.

LG전자의 1분기 TV 판매 대수는 727만9000대로 역시나 전년 동기 대비 15% 뛰었다. 그러나 패널가에 지출한 금액은 1조287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9181억원보다 40%가 넘게 올랐다. 그나마도 LG전자는 LCD 생산량이 월 수만장에 불과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나은 LG디스플레이를 든든한 뒷배로 두고 있어 삼성전자보다는 사정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다시 말해 중국·대만 패널 공급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OLED·QD OLED·마이크로 LED까지 나오는 지금, LCD 시장은 사실상 하향세를 걷고 있다. 차세대 신기술이 나오며 시장 판도 자체가 바뀌어 가는 시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시장도 놓치면 안 되는 처지다. 그런 와중에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업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