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프링클러 임의로 조작됐어도 보험금 지급 문제 없어"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원인 등을 파악하는 조사가 본격화됐다. 

특히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잠겨있어 8분동안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쿠팡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 수령이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함께 치솟고 있다./사진=독자제공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DB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4015억원대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 물류센터 보험 계약을 공동인수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로 DB손해보험의 책임 비중이 60%로 가장 크다. 

피해조사에서 건물, 시설물, 재고자산이 모두 불에 타 전부 손실된 것으로 확인되면 쿠팡은 손해액의 10%를 제외한 3600억원가량을 보험금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수십억원대의 피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재 사고는 보상까지 통상 2년 가까이 시간이 걸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화재에선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보험금 수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이상규 경기도 소방본부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 과정에서 "(스프링클러는) 원칙적으로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8분 정도 꺼놓은 거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만약 임의로 조작한 흔적이 나올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스프링클러가 임의로 조작됐다해도 보험금 지급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사고의 경우 고의 및 중과실은 보험금 지급 면책사항에 해당되지만 스프링클러를 끈 행위 자체 만으론 면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는 해봐야하지만 면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중과실은 고의에 준하는 것으로 방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보험금 지급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이슈까지 더해진 사고는 더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조금의 면책 가능성이 있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스프링클러를 끈 자체가 화재 발생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손해의 확대 개념에 해당돼 면책을 주장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보험자는 손해의 경감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는데 스프링클러를 끈 것은 손해 경감을 저해한 것"이라며 "보상의 일부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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