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리용남 초청 ‘민생·경제’ 언급 이후 혈맹 복원 시사
양무진 “미국·중국 제의 따져볼 것…관망세 장기화 예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중국이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2주년을 계기로 양국 대사의 기고문을 상대방 언론에 발표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룡남 북한대사와 만나 관계를 과시한 이후 또다시 나타난 밀착 행보인 셈이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는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3면 기고문에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지 북중 양국의 사회주의 위업은 흔들림없이 앞으로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긴밀히 단결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부단히 강화·발전시켜 나간다면 적대세력의 악랄한 도전과 저지 음모를 분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대세력은 북중 양국을 각각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 대사는 이어 “북중 우호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북한은 대만, 홍콩, 신장, 티베트 문제에 대한 중국의 조치를 완전히 지지하고 앞으로도 언제나 중국 동지와 함께 설 것”이라고 말했다.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도 같은 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면 기고문에서 “북중 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면서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실무적 협조를 확대하며 친선적 교류를 심화시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리 대사는 “우선 전통을 계승하고 친선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전통적인 북중 친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면서 “중국측은 조선측과 함께 당과 국가건설 분야에서의 경험을 교류하고 호상 참고하며 교육, 문화, 보건, 농업, 관광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교류와 청년들 사이의 왕래, 지방들 사이의 협조를 확대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를 수호하고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및 해당 각측과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면서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함께 토의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전날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가 폐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 2021.6.19./평양 노동신문=뉴스1

앞서 왕이 부장은 리용남 대사를 국빈관인 댜오위타이로 초청해 “북한의 경제·민생과 관련해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고, 리 대사도 이 자리에서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 60주년을 언급하며 “양국이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우호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북중은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같은 달 11일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 기념일을 계기로 다양한 교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18일 진행됐던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식량부족을 시인한 점으로 볼 때 중국이 적극적인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압박과 미국의 연합전선 구축에 따라 중국도 우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과거와 달리 중국이 북한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북한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이한 북중 교류의 확대 과정에서 혈맹의 복원 수순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짙다”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이전에 중국과 소통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지적한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지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북한은 미중 갈등을 십분 활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틈새외교의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국의 러브콜과 미국의 대화 제의 속에서 어떤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것인지를 파악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의 최근 관망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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