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외면'…시중은행 되려 포용금융 앞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용도 1~2등급의 고신용자 은행 대출금리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는 감면됐다. 

인터넷은행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에게 1년만에 대출금리를 0.31%포인트(p) 올려 주요 은행 중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투명한 신용도를 자랑하는 고신용자들의 대출부담이 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때 아닌 ‘고신용자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사진=연합뉴스 제공


2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2사는 고신용자 대출부담을 늘리고, 중‧저신용자 부담을 덜어주는 경향을 띠고 있다. 

최근 집계치인 5월 금리를 지난해 5월과 자체 비교한 결과, 1~2등급 부문에서는 인터넷은행들의 금리 인상폭이 가장 컸다. 카뱅이 0.31%p 오른 3.03%로 비교 대상 중 금리 부담이 가장 컸고, 2위는 2.96%를 기록한 케이뱅크였다. 케뱅은 지난해 8월 대비 올해 5월 금리차를 비교한 결과 격차가 0.52%p에 달했다. 

케뱅은 자본잠식 문제로 신용대출이 한동안 중단되다 지난해 7월13일부터 재개한 점을 반영해 8월 금리를 통계에 반영했다. 

   
▲ 2020~2021년 주요 은행 신용등급별 5월 신용대출 금리격차 비교(%p).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13일 신용대출을 재개해 같은 해 8월 실적을 반영함. /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특히 ‘금융메기’로 불리는 업계 1위 카뱅은 지난해에 견줘 금리를 대대적으로 올린 탓에 원성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뱅이 고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술책으로 낮은 금리와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 영업을 펼친 후 금리를 올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까지 카뱅은 시중은행과 함께 고신용자 포섭에 공을 들였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7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카뱅의 지난해 고신용자 여신비중은 89.8%에 달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의 대출완료율은 전망치인 15~20%에 크게 못 미친 5.7%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해 금융당국은 올해 중‧저신용자 비중을 20.8%로 늘리고, 2023년까지 30%로 확대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카뱅 관계자는 “고신용자 비중을 줄이고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을 늘리는 데서 비롯된 착시”라며 “올해 초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밝혔듯이 (중‧저신용자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고신용자 대출) 매력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해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 몰래 (폭리를 취하려 했다면) 금리를 올리고 한도도 높이지 않았겠느냐. 하지만 (고신용자) 한도를 1억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며 “몰래 금리를 올려 고금리 장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절대적인 금리격차 상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카뱅이 중‧저신용자를 늘리겠다고 천명한 점에서 예견됐다는 설명이다. 카뱅은 올해 여신 사업 목표로 중금리대출‧중저신용자대출 확대를 걸고 1월22일부터 고신용자 신용대출 상품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하고, 금리를 올려왔다.

   
▲ 주요 은행 신용등급별 5월 금리 비교(%) /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두 인터넷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도 대체로 고신용자 금리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0.24%p 오른 2.75%, KB국민은행이 0.18%p 증가한 2.71%, 하나은행이 0.10%p 오른 2.70% 순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비교 대상 중 유일하게 1년 전보다 0.16%p 감면된 2.62%를 기록해 금리가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따로 고신용자 금리를 조정한 적은 없다”며 “(재원 조달에) 6개월물 금융채를 많이 쓰고 있는데 금융채의 금리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채 금리가 최근 몇 주 동안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계속 하향 추세였던 탓에 금리가 낮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재원 조달 수단으로 금융채, CD 90일물, 코픽스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고신용자 금리 부담을 늘린 것과 달리 3~4등급과 5~6등급 등 중‧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감면해줘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3~4등급에게 지난해 5월 대비 0.02%p 감면한 3.11%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5~6등급 금리는 0.11%p 감면한 3.86%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5~6등급 저신용자에게 0.51%p 감면한 5.3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주식‧코인 투자 광풍에 신용대출이 막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신용대출과 궤를 같이 했다. 은행들은 고신용자에 대한 마통 금리를 상향조정했지만 3~4등급부터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가장 금리 인상 격차가 큰 곳은 카뱅으로 0.43%p에 달했다. 뒤이어 우리은행 0.22%p, 신한은행 0.19%p, KB국민은행 0.16%p, 케이뱅크 0.11%p, 하나은행 0.09%p 순이었다. 

   
▲ 2020~2021년 주요 은행 신용등급별 5월 마이너스통장 금리격차 비교(%p). 카뱅은 올해 5월 5~6등급 마통 금리를 산정하지 않아 0으로 처리함. /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3~4등급의 중신용자에게는 인터넷은행이 금리부담을 덜어줬다. 케뱅이 -0.30%p, 카뱅이 -0.04%p로 각각 집계됐다. 5~6등급에서는 하나은행이 -1.21%p를 기록해 비교 대상 중 유일하게 금리부담을 덜어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통 금리는 대출 만기까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1년 후에 연장하거나 신규로 할 때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며 "차주로선 금리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격차만 놓고 볼 때, 은행들이 대체로 고신용자에게 추가 부담을 전가하는 한편, 중‧저신용자에게는 덜어주는 경향을 띠면서 고신용자만 ‘봉’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전 방위적인 가계대출 규제와 ‘포용금융’ 압박 등이 빚어낸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고신용자들은 급여가 오르고 직책이 오르면 신용도가 개선돼 금리인하요구권 등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지 않는 이상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상식적으로 내려가는 게 정상이다”며 “정부에서 은행에게 비상식적인 주문들을 많이 하고 있고 포용금융에 대한 압박이 있다 보니 그런 데서 빚어진 결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에게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길 종용하면서 은행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특히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조이기 위해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도 금리는 올리고 한도는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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