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서 점퍼와 면바지로 환복, 의원들 갑질 그만하고 머슴돼야

그는 머슴임을 자처한다. 벌써 19주째 마을회관에서 잤다. 동네 주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과 불만을 경청한다. 쌀농사, 밭농사, 매실과 딸기 가격등에 대한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준다. 시골 주민들이 마을입구 도로와 하천 상하수도 가스문제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허구헌날 정쟁만 일삼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의원들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의원들의 보너스 반납과 세비인상 반대 주장을 한 자신에 대해 주민들이 격려도 한다.

그는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깨알같이 메모한다. 해결해야할 것들은 해당시군과 상의해서 풀어주려 노력한다. 중앙당과 정부와 협의할 사안도 적지 않다.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전남 순천 곡성 마을회관에서 19주째이상 자고 있다. 이곳에서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경청하고, 해결하려 노력한다. 그는 의원들의 슈퍼갑질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슴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사회의 모든 갑과 을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원들의 갑질부터 혁신돼야 한다고 본다. 이정현의원(왼쪽)이 지난달 중순 조경태 새민련의원과 함께 쪽방촌 주민들을 돕는 '라이스버킷챌린지'행사를 갖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그는 지난해 7월 30일 재보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서갑원후보를 꺾은 것은 최대 이변이었다. 호남에 유일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됐다.  만년 야당 텃밭에 여당후보가 깃발을 꽂은 대이변이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이정현의원의 승리소식에 힘입어 대구에서 야당깃발꽂기에 고분분투중인 김부겸씨도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당선이후는 그는 겸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위를 과시하거나, 군림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상머슴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의원은 순천 곡성에 '예산폭탄'을 터뜨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공약 실천을 위해 중앙당및 정부와 긴밀히 상의하는 등 전력투구하고 있다. 올해 순천 곡성 지역예산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이의원이 발로 뛴 것. 지역주민들은 힘있는 여당의원들을 뽑으니 지역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반기고 있다.

그는 김포공항에서에서부터 아예 점퍼와 면바지로 갈아입는다. 그는 곡성과 순천촌사람을 자처하고 있다. 서울의 물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만나는 지역주민들이 대부분 작업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주민들과 맞추려는 것. 주민들도 같은 복장과 같은 사투리, 같은 생활행태를 보이는 이의원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다.

민원현장을 다닐 때도 혼자 다닌다. 그는 의원은 일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머슴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원에 당선되는 순간, 갑질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일지 모르고, 어려운 곳 찾아갈지 모른다. 말은 혼자서 다하고, 지역민들의 민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게 요즘 의원들의 행태다.

이의원은 갑질하는 의원들을 받드는 머슴으로 바꿔놓고 싶어한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지역민 누구나가 다가와 자연스레 어깨를 툭툭 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언제라도 와서 상의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역사무실도 이정현사랑방이라고 명명했다.

그가 사무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무능한 것은 다 용서하는데, 완장찬 것처럼 친절하지 않고, 오만하게 구는 것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가 규정하는 국회의원상은 갑질을 포기하는 것이다. 갑질을 포기해야 을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토록 갑질의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국회야말로 권위주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크고 높게 해서 국민앞에 군림하려 한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의사당 본회의장 벽면 국회마크는 직경이 2미터가 넘는다. 거대한 조형물이다. 국회의장(현 정의화)이 앉은 단상은 중국 황제의 그것보다 거창하고 높다.

그는 미국의사당을 생각한다. 워싱턴DC 캐피톨힐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는 장면을 보라. 의장이나 발언하는 의원들, 의원들의 의석들은 서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이의원은 머슴인 의원들이 검정색 중형차를 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회에서 소리지르고 삿대질과 호통을 치는 것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조건 총리와 장관출석을 요구하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전문가들인 실국장들을 불러 실질적인 회의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높으신 의원들은 실국장은 아예 상대조차 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의원들은 갑질스타일에 매몰돼 있다.

이 모든 문제점, 비정상적인 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의원은 의원들의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머슴, 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점인 갑과 을의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의원은 “국회의원 스스로 못하면 국민이 그렇게 하도록 투표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정현의원이 지난달 29일 전남일보에 특별기고한 전문이다. (편집자주)

나는 작년 7ㆍ30 보궐 선거 이후 19주째 매주 토요일이면 마을회관에서 잔다. 순천과 곡성의 한 개 면 한 개 마을을 택해 면민들과 서너 시간씩 막걸리 토크를 한다. 논농사, 매실, 딸기, 축산, 낙농은 말 할 것도 없고 마을 입구 도로, 하천, 상하수도, 가스 등 일상의 불편사항이나 의대 유치, 공장 유치 등 다양한 건의가 쏟아진다. 당연히 정치 똑바로 하라는 호통에서부터 인재 지역차별 금지 법안 제출, 보너스 반납, 세비인상 반대 발언 잘했다는 격려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대화가 다 오고 간다.

그리고 그 마을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에서 자고 아침은 마을회관이나 이장댁에서 얻어먹고 온다. 한결같이 80평생 살아오면서 국회의원을 서너 시간씩 코앞에 앉혀 놓고 대화해본 것은 처음 이라며 마을에 온 것도, 자고 간 것도 처음 이라며 좋아들 하신다.

나는 김포공항에서부터 점퍼와 면바지로 갈아입는다. 접하는 대부분의 순천ㆍ곡성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넥타이와 양복 대신 이런 복장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과 같은 복장, 같은 사투리, 같은 생활행태를 보이면서 쉽게 다가가고 쉽게 다가오게 하고 싶어서다. 물론 곡성 촌사람인 나도 그런 차림이 편하다.

나는 주민들의 민원 현장을 종일 찾아가고, 다닐 때에는 항상 혼자다. 비서관이 동행하지만 권위주의적으로 보이는건 체질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메모 할 수 있고 내가 누구라고 직접 소개 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앞서서 "이정현 의원 오셨습니다"하고 방자처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국회의원은 일꾼이다. 옛날식으로 하면 머슴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에 당선 되면 대부분 그 순간부터 갑으로 돌변한다. 지역민들에게 고개 숙일지 모르고 어려운 곳 찾아 갈지 모르고 말은 혼자 다하고 지역민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정상화 시키고 싶었다. 철저하게 갑이 아닌 을인 국회의원의 본래 모습을 실천하고 싶다. 지역민 누구나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어깨 툭툭 치는 그런 국회의원이고 싶다.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 지역사무실 간판도 이정현 사랑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무능한 것은 다 용서하는데 완장찬 것처럼 친절하지 않고 오만한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가르친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먼저 갑질을 포기해야 을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고 확신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국회는 권위주의 덩어리다. 무엇이든지 크고 높게 해서 국민 앞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벽면 국회 마크는 직경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국회의장이 앉은 단상은 황제의 그것보다 높고 거창하다.

이런 장면들이 바로 비정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의사당 장면을 TV로 가끔 보면 의장이나 발언의원이나 의석의 의원이나 서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 우리 국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도 그렇지만 국회의원 차는 대부분 검정색이고 중형차다. 국회의원은 꼭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고 호통쳐야 제 역할을 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반드시 총리나 장관 출석을 요구하고 진짜 전문가들인 실장 국장은 아예 상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항상 늦게 나타나고 빨리 자리를 뜨고, 소개는 학력 경력 활동 내역까지 길게 해야 만족들 하는 눈치다. 어디를 봐도 국회의원은 갑중의 갑이지 을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을이라는 자각을 할 때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지역민과 국민을 존중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의원 스스로 못하면 국민이 그렇게 하도록 투표로 가르쳐야 한다.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이의춘기자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