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계절로 살펴본 기후변화…70여년간 한반도 기온 2~4도 가량 상승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최근 산림청은 4월 5일이었던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려는 논의를 진행했다. 여당의 민형배 의원은 식목일을 3월 20일로 앞당기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일어난 이유는 다름 아닌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점점 상승하며 나무를 심어야할 시기가 빨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식목일이 제정됐던 1940년대부터 2018년까지 70여년 동안 식목일 기온이 지역별로 약 2도에서 4도가량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디어펜은 한반도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사계절'로 구분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 홍릉시험림 51개 수종의 봄꽃 개화시기와 봄철기온과의 관계(1968년∼2019년) (X : 평균기온, Y : 개화일 Day of Year)/그래프=국립산림과학원


봄-꽃이 빨리 핀다고 좋을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벚꽃을 즐기지 못한 사이 서울에선 벚꽃 개화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래 가장 빠른 시기에 벚꽃이 피었다.

올해 서울에서 벚꽃이 핀 시기는 3월 24일로 지난해보다 3일, 평년보다는 17일 빠르게 폈다. 

전국 평균 벚꽃 개화일은 1980년대에는 4월 8일이었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4월 2일로 앞당겨졌다.

미디어펜이 입수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2019년까지의 홍릉시험림 내 봄꽃(3∼4월 개화수종) 51개 수종의 개화시기는 연평균 약 0.2일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상으로 상관관계를 관측한 결과, 3∼4월의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약 4.2일 앞당겨진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평균기온 1℃ 상승할 때마다 매실나무·생강나무·진달래의 개화시기는 4일, 산수유·미선나무·왕벚나무의 개화시기는 6일 앞당겨졌다.

특히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풍년화의 최근 평균개화일은 2월 23일이며 이는 40년전(3월 10일)에 비해 보름 가량 빨라진 시기다. 

박찬우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꽃의 개화는 기온, 강수량, 일조시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며 "봄철 기온이 높아지게 되면 식물이 개화에 필요한 고온요구량까지 보다 이른 시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식물의 개화시기 변화도 단순히 꽃이 빨리 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과 더불어 꽃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도 변화시켜 생태계 안정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도 지구 기온이 1.5℃ 상승 시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가 서식에 적합한 기후영역을 절반 이상 상실할 것으로 관측됐다"고 강조했다. 

   
▲ 전국 배 재배면적 변동정보/사진=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여름-사과가 열리는 강원도, 망고가 열리는 제주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사이 사과, 배 등 국내 전통 과수는 설자리를 점차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진흥청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과는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모두 빠르게 줄어들고 21세기 말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는 204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고품질 과실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는 2040년대부터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됐다.

감귤은 재배 한계선이 제주도에서 강원도 해안 지역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망고와 올리브,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은 빠른 속도로 재배지를 넓혀가고 있다. 1966년 국내에서 처음 재배를 시작한 파인애플은 2020년 현재 171.3㏊의 재배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전남에선 2020년 기준 올리브 재배면적이 전년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했다. 

이동훈 농촌진흥청 박사는 "국내 과수 재배지 변동에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기후변화 속도에 따라 추가적인 재배지 변동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재배면적을 줄이는데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과수의 생육에도 마수를 뻗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뜻해진 날씨에 돌발해충 역시 부화를 앞당겨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돌발해충이란 시기나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돌발적으로 발생해 농작물이나 일부 산림에 피해를 주는 토착 또는 외래 해충이다.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돌발해충 중 하나인 갈색날개매미충은 2010년 충남 공주시와 경기도 고양시의 산지에서 최초 발생해 국지적인 양상을 보였으나, 2018년도에는 92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2020년 현재는 전국으로 확대되는 등 발생 강도가 커지고 피해면적이 늘고 있다. 

돌발해충은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평균 기온이 높아진 덕분에 겨울을 버틴 해충 알의 생존율이 높아져 부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부화량도 증가해 국내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발육속도가 빨라진다면 생식에도 영향을 줘 1년에 한 번 나오던 성충이 2번, 3번으로 늘어날 수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단 전망이다. 

안현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농민들이 입는 대표적인 피해는 병해충"이라며 "따뜻한 기후로 기존 병해충의 발생 횟수나 양이 많아져 작물 생리에 중요한 시기, 병해충에 의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우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이같은 현상은 단순 농작물만이 아닌 전체 생태계까지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사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경향은 지구온난화 뿐만 아니라 이상기상현상 증가, 기후변동성 등이 증가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급격한 변동성이 생태계 내 생물들이 적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