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7월부터 쓴만큼 내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다. 금융당국은 기존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세대 실손을 출시했으나 기존 고객들의 갈아타기 요인 부재와 보험사들의 저조한 참여율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급여 의료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 구간/표=금융위원회 제공


29일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료의 구조적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개정 표준약관은 상품 구조를 급여와 비급여로 분리하고,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 의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3세대 실손은 기본형(급여+비급여) 부분과 특약형(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부분이 결합된 상품구조로 특약형의 경우 일부 가입자의 과잉 치료가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시키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보험료 할인·할증 구간은 5단계로 나뉜다.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0원일 경우 기준 보험료(손해율에 따라 산출된 당해연도 보험료) 대비 5% 내외 할인 △0원 초과~100만원 미만 시 할인·할증 없음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시 할증 100% △1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시 할증 200% △300만원 이상 시 할증 300%가 적용된다.

보험료 수준은 4세대 실손은 자기부담율 상향과 통원 공제금액 인상 등의 효과로 기존 실손보험의 보험료 대비 10~70% 저렴하게 출시된다.

금융위는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이용 유발요인이 줄어들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기존 보험 대비 더욱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손보험 적자를 이기지 못한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단 움직임을 보이며 4세대 실손보험의 출발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동양생명은 지난 24일 실손보험의 극심한 적자를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ABL생명 역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생보사 가운데선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 등 5곳에서만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한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이같은 상황은 실손보험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손해율이 올라가다 보니까 자본력이 떨어지거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서 사업비를 떨어뜨리는 데 어려운 중소형사가 시장 참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의 경우 실손보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자산운용수익률 개선을 통해 감당을 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적자의 늪을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청구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심사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 역시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선 기존 고객들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유인할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4세대 실손은 치료 시 보험금 외에 자기 부담이 기존 보험들보다 크다. 

1세대 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고, 병원 치료비나 약값의 거의 전부를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2세대는 자기부담률이 10%, 3세대는 급여의 경우 10~20%, 비급여는 20~30%다. 4세대의 자기부담률은 급여가 20%, 비급여가 30% 수준으로 4세대로의 보험 갈아타기 요인이 적다.

또한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는 경우, 보험을 갈아타기보다는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보험금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자동차보험처럼 보험료 할증이 배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유인책이 없고, 보험사도 이익이 없는 상황”이라며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계약을 전환할 유인이 없는데 손해율 개선과 부당청구가 나아지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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