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반년만에 북미대화가 언론에 언급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됐다는 평가가 없지 않지만 좀처럼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할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임명된 성김 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처음으로 ‘청신호’를 켰다. 17일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대외 메시지를 발신한 김 총비서가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5.21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꼭 한달만인 6월 21일 성김 대표의 서울 발언에서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센티브’는 없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실용적 접근’을 내세웠고, 이번에 성김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날 수 있다는 우리의 제안에 호응하라”고 했다.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대북정책의 핵심이다. 성김 방한 와중에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잇달아 내고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의 이번 2건의 담화에선 대미 비난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역력했다. 게다가 6월 25일자 북한 노동신문엔 ‘미제’(미 제국주의)란 표현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에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 식량난 극복에 주력하고 있는 김 총비서가 최종 입장을 뒤집을 여지가 남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이 완전히 판을 깰 의도였다면 훨씬 거친 표현과 형식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아직까진 성김 대표가 제시한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성김 대표의 발언을 무조건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인 만큼 현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철저하게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김정은 총비서가 겪은 지난 하노이회담에서의 굴욕을 만회하는 것이 북한의 우선 과제가 아닐까 싶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당시 김 총비서는 하노이에서 단지 100여 시간을 머물기 위해 전용열차로 왕복 7600㎞를 달리는 취임 이후 열흘간이란 최장기 위유에 나섰지만 결국 ‘빈손’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분개해했다. 김정은 총비서나 북한 간부들이 쉽사리 미국과 대화 재개에 나설 수 없는 것은 또다시 최고 통치자의 체면을 손상할 수 없는 이유가 클 수 있다. 북한이 최근 북중 밀착행보에 나선 것도 북미대화보다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측의 ‘조건 없는 대화’에도 여러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 먼저 북한 입장에서 ‘핵 포기’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무조건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일종의 압박일 수 있다. 이전과 달리 보텀업 방식의 협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북한 입장에선 ‘대화의 조건’이 더욱 필요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런 한편, 협상을 앞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인센티브부터 공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대화 테이블에 앉자고 말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북미 간 신뢰 구축이 대화를 재개시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일단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밝힌 ‘싱가포르 시간표’는 북한 입장에서 인센티브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하노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조건을 미국이 추가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지금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기싸움은 간신히 재개됐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하노이 시간표’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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