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선별복지 전환 후 추진해야, 법인세 인상 주장 바보국가 한국뿐

   
▲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지난 총선과 대선 때부터 무상복지가 중요한 정치공약이었다. 무상복지는 잘못된 정책이었다. 무상이란 용어로 포장됐지만, 누군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무상이기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모든 복지는 무상이 되면, 그 수혜자가 갑자기 늘어나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치구조라면, 절대 무상복지가 주된 정책이 될 수 없다. 우리 정치는 여야가 모두 무상복지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지금 그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 예견된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무상복지와 함께, ‘증세없는 복지’라는 또 다른 잘못을 저질렀다. 정치공약으론 최고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무책임한 용어였다. 이 세상엔 공짜가 없다. 모든 복지에는 비용이 따FMS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이다. ‘증세없는 복지’란 용어로 인해, 복지를 세금부담없이 누릴 수 있다는 착각을 국민에게 심어 주었다. 중산층은 연간 수만원 정도 높아지는 부담에도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연말정산 과정에서 보여준 세금논란은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에 익숙한 국민들이 보여준 전형적인 반발이었다.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고, 정명이라고 했다. 바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혁도 방향을 잃고, 그 사회의 가치관마저도 잃게 된다. ‘증세없는 복지’는 바르지 않는 용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복지에는 재원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누가 부담하는가이다. 그래서 복지와 세금은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국민들이 가지는 권한과 책임과 같다. 권한을 누리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복지를 즐기려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 증세는 무상복지를 선별복지로 개혁한 후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무상복지라는 말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복지와 증세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정치권에선 복지와 세금을 따로 떼서 접근하고 있다. 잘못된 방법이다. 우선 복지에서 낭비적 지출을 없애야 한다. 무상복지 정책은 본질적으로 낭비를 초래한다. 무상이면 부자들까지 원한다. 이들에게 지출되는 복지는 모두 낭비다. 부자들의 복지는 부자들이 알아서 잘 챙긴다.

정부가 무상제공해도,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에는 맞지 않아서 만족하지 않는다.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다. 부자들에게 제공하는 급식, 보육, 의료서비스 등은 모두 없애야 한다. 이제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 복지를 무조건 무상에서 선별적 무상으로 바꾸면, 그만큼 필요한 재원이 줄어든다.

증세는 복지개혁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이 1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재원확보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세금을 통해서다. 요사이 법인세 인상 애기가 나온다. 똑같은 1조원 세금을 거둔다고 해도, 이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은 모두 다르다. 재정학의 상식에선 법인세의 경제적 비용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소득세, 소비세 순서다.

일본을 포함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도 소비세 인상을 애기하지, 법인세 인상을 애기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복지재원 필요하다고, 법인세 인상을 애기하는 바보 국가는 한국 뿐이다.

세상은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한 국가의 조세정책은 이미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세금정책은 국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따라야 할, 국제규범이지, 각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아니다.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도 법인세 인상을 애기하지 않는다.

이제 복지와 증세 문제에 대해 올바른 용어부터 사용하자. 우선 ‘증세없는 복지’란 정치적 허깨비부터 없애야 한다. 이 용어를 만들었던 현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자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이런 용어가 국민들의 머리에 남아있으면, 어떤 합리적 정책도 제대로 논의될 수 없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세금과 복지’는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권한과 책임’과 같다. 더 많은 권한을 누리기위해선 반드시 더 많은 책임도 맡아야 한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전 한국재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