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스톡옵션·복리후생 모두 보장…개발자 모시기 전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정말 연봉의 1.5배를 스톡옵션으로 주는 건가요? 파격적인 혜택이 이직을 하고 싶게 만드네요. 다만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의 파이를 일부 빼앗더라도 지속 성장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에요. 큰 플랫폼을 갖췄더라도 은행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을지 말이에요.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좋을까요?” - 시중은행에서 이직을 고민 중인 A씨

#2. “이직 제의가 왔는데 (금융)그룹 IT부문과 신규 출범은행 중 어디가 더 업무에 시달릴까요? 야근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출근 시간이 자유롭고 연령층도 젊어서 마음에 들어요.” - 시중은행 IT부문에서 이직을 고민 중인 B씨

   
▲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판교오피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기성 시중은행에서 수직적인 문화로 염증을 느끼던 MZ세대 직원들이 하나둘 인터넷은행으로의 이직을 노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대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업력 및 경험 부족으로 불안하지만, 신생업체에서 도전해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금융·점포축소 등과 맞물려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시중은행에서의 삶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불안함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 3사가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무기로 대규모 채용에 나서면서, IT개발자를 중심으로 이직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기준 임직원 수 1023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7월 출범 당시 390명에 견줘 4년 만에 약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 최대 규모다. 카뱅은 매년 000명의 인력을 대거 흡수하며 지난해 913명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100명 이상을 추가 채용하며 ‘마의 1000명’ 고지를 돌파했다. 

인터넷은행답게 임직원 중 약 40%는 IT 전문인력이다. 성장 가능성과 수평적인 문화를 무기로 IT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도 매력적이다. 카뱅은 △연 500만원의 복지포인트 △만 3년 근속자 대상 한 달 간 유급 안식휴가 △유연근로시간제 △단시간(2‧4‧8시간) 자유휴가 △본인 및 가족의 의료비와 건강검진 △대출이자 지원제도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카뱅은 향후 3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IT전문인력 외 고객서비스·리스크·비즈니스·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 분야 인력도 꾸준히 채용할 예정이다. 

카뱅 관계자는 “앞으로도 카뱅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를 적극 채용해 금융 서비스 혁신을 지속하고, 중·저신용 고객들을 위한 금융포용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9월 말 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는 오는 14일까지 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 사진=토스뱅크 제공

오는 9월 말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오는 14일까지 기술 분야 개발자, 디자이너 등 경력자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토뱅은 이번 채용을 통해 △제품기획 △디자인 △엔지니어링 △보안‧인프라 △코어뱅킹 △데이터 등 전문가 00명을 선발한다. 

토뱅은 지원자가 그동안 경험한 산업 분야나 경력, 연차보다 은행 사업이나 상품에 대한 기획력, 각종 개발 전략 등을 토뱅에 합류해 보여줄 수 있는 ‘기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토뱅 관계자는 “IT를 포함 35개 분야 외 (일반 기업체들과 달리) 상시적으로 인재풀을 통해 뽑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부문별로 구직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채용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토뱅은 제3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하는 만큼, 수평적인 조직문화, 유연한 근무환경, 다양한 복리후생 등으로 개발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토뱅이 우선적으로 내건 당근책은 연봉과 스톡옵션이다. 토뱅은 이번 채용으로 합류하는 직원들에게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한다. 또 토뱅의 스톡옵션과 ‘사이닝 보너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토뱅 채용 담당자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 성장의 과실을 팀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상책”이라며 “이 같은 파격적인 처우 조건은 토뱅 출범 전 입사자들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리후생으로는 △별도 승인절차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제도 △근속 3년시 1개월 유급휴가 △자율 재택근무 △주택자금 무이자 1억원 대출지원 △자기계발비 지원 △매월 마지막 금요일 'F5데이‘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F5데이는 지친 심신을 다잡기 위해 제공하는 휴식제도로, 휴가를 쓰거나 회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다양한 활동을 선택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모기업인 토스 인력이 1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토뱅은 출범까지 200명을 채울 전망이다. 토뱅 관계자는 “현재 약 160명이 맡고 있는데 (9월 말) 출범까지 40~50명을 추가 충원해 200명이 넘는 선에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케이뱅크 신사옥 내부 /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는 지난 5월 단행한 유상증자에 힘입어 하반기 두 자릿수의 인재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상시채용을 주력으로 하는 모습이다. 케뱅은 상반기 약 50~60명을 추가 채용하면서, 2일 현재 약 400여명의 임직원을 구성하고 있다. 

케뱅 관계자는 “상시채용을 진행 중이며, 상반기 50~60여명을 뽑았다”며 “(증자 규모가 큰 만큼) 하반기에도 기본적으로 두 자릿수 채용을 예상하고 있다. IT‧디자인‧자금세탁방지(AML)준법 관련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케뱅은 지난 5월26일 이사회에서 약 1조2499억원 규모(약 1억9229만주)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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