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회장 아들 박세창 사장, 금호건설서 전문성 키워
승계 정리 차원서 박 전 회장 보유 주식 교통 정리 필요 지적
박준경 금호석화그룹 부사장, 미래성장동력 확보 책임 막중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최고 경영자들이 사실상 후계자들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현 상황 타개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재정비라는 과업을 이어가게 됐다.

   
▲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사진=연합뉴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의 책임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룹 매출의 70% 담당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으로 넘어가게 되면 경영 가능한 회사가 금호건설과 금호고속만 남는다.

현 시점에서 박 사장은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금호타이어 부장 입사를 시작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던 그는 2006년 전략경영본부로 이적했다. 2008년 3년만에 그룹 상무로 오르며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로 다시 옮겨갔다.

금호타이어는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실책으로 사실상 그룹을 떠나게 됐다. 2016년 1월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을 다시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일 때 박 사장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은 이를 거부하고 중국 더블 스타에 매각을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8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태를 빚게 된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시스템 관리 자회사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직함을 바꿔 달았다. 이후 2019년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매각을 발표하며 퇴진을 선언한다.

이 때가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립 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박 사장은 박 전 회장을 대리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했다.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인수 희망 기업을 찾아나서기도 하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추진안을 공식화 했다. 이 시기 박 사장은 금호건설 사장으로 명함을 한 차례 바꾸게 된다.

올해 박 사장은 만 45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했고, 굵직한 움직임을 보여온 만큼 박세창 사장은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현재 건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사명을 금호산업에서 금호건설로 전격 변경한 것은 사업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금호산업'의 이미지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리조트 등과 연계될 수 있어 이를 불식시키고자 함이다.

박 사장으로의 승계가 깔끔하게 정리되려면 박 전 회장 보유 주식에 대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건설 주식 44.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45.43%를 들고 있다. 박 사장은 2대주주로 28.57%를 갖고 있다. 이 외에도 금호건설 0.31%를 보유하고 있으나 장악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

박 사장은 올해 4월 금호고속(금호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차츰 회사 지배력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분간은 서재환 금호건설 사장에게서 경영 수업을 받아 건설 산업 전문성을 쌓을 것으로 예상돼 금호고속 대표이사 취임 시기는 미지수다.

   
▲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금호석화그룹에서는 최근 박찬구 회장의 자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와 박주형 상무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2015년 상무로 입사했다. 6년 만에 그룹의 컨트롤 타워에 가까워졌다. 앞서 부친 박 회장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 총회에서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해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있다.

이와 같은 추세로 미뤄보아 금호석화그룹에서도 사실상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호석화그룹에서는 올해 초 박철완 전 상무가 삼촌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인 관계 해소'를 선언함에 따라 '조카의 난'이 벌어졌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에게 경영진 교체와 고배당 등을 요구했으나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이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주총이 끝나자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와의 고용계약을 해소했고, 곧바로 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등판하게 됐다.

박 회장이 이번에 박 부사장을 승진시킨 것은 오너 일가에 의한 경영권을 확실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전 상무가 확보했던 우호 지분은 박 회장 측과 비슷했고, 박 전 상무 본인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9.13%다. 최대 주주인 만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안정된 상태인 만큼 박 부사장이 겪을 경영상 리스크는 크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실제 금호석화그룹은 전반적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부사장에게도 과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금호석화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최근 산업계 내 경쟁 심화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 계열사 금호석유화학은 니트릴 장갑의 소재로 쓰이는 NB라텍스에 대한 집중 R&D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에는 대전 중앙연구소 라텍스연구랩을 분리·신설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ESG 경영은 필수 요소가 돼가고 있다. 금호석화는 탄소 중립을 인식할 필요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2차 전지용 CNT 소재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R&D와 품질 관리를 진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건자재 분야에서 주목받는 준불연 폴리우레탄 시스템과 미래차 내장재 활용 목적의 MDI 연구 전사적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MDI 제품군을 다변화 해 폴리우레탄 분야 사업영역을 늘리고자 R&D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