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이후 2년 동안 핵심 소부장 의존도↓
업계 “핵심 소부장 자립까지 아직 넘어야할 산 많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의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2년이 지난 가운데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 기반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핵심기술 확보와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부장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툥령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춰 ‘소부장 자립’의 길을 더 튼튼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연구원이 디스플레이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솔루스첨단소재 제공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소부장 경쟁력 강화 노력을 주문했다. 또 정부의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퉁령은 “‘소부장 2.0전략’을 토대로 ‘소부장 으뜸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될 ‘5대 첨단 특화단지’를 조성해 우리기업들의 도전을 더 든든하게 지원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우리의 강점을 살려나가되 핵심 소부장에 대해서선 자립력을 갖춰야 한다. 그 길에 기업인 여러분이 선두에 서주시기 바란다. 정부도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2년 성과’를 살펴 보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3대 품목(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1∼5월 불화수소 수입액은 460만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 2840만달러보다 83.6% 감소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인 UTG(울트라 씬 글라스) 채택을 통해 대일 수입이 사실상 '0'으로 전환됐다. EUV레지스트의 경우 벨기에산 수입이 12배 늘어나는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였다.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 역시 2년 사이 31.4%에서 24.9%로 6.5%포인트 감소했다. 이들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그동안 계속 감소 추세였으나 2019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가 약 3배 빨라졌다.

소부장 산업 전체에서도 일본 의존도는 16.8%에서 15.9%로 0.9% 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도 3.1%포인트 줄어 공급망 다변화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 만족하면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개발과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큰 위기를 넘겼으나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부장 경쟁력을 선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일관된 지원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품의 가격·제조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도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소부장의 자립 노력과 함께 안정적 수급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개선해 기업의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소부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며 “그러나 핵심 소부장 기술 자립까지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연구개발(R&D)은 물론, 외교적 노력 등 다각적인 시너지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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