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 국경 조정 제도 발표…"전세계가 공동 노력해야"
미국, 파리 기후 협약 복귀 서명…무역-환경 긴밀함 강조
일본, 에너지 운송 등 14개 분야 목표치·실행 계획 공개
WTO, 환경 보호상 무역 제한 가능 규정 GATT 20조 거론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1760년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급격한 공업화가 시작됐다. 이에 따른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걸친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식해 세계 각국은 환경 보호 정책을 경제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

   
▲ 유럽 연합(EU)은 '유럽 그린딜' 전략을 발표하며 기후변화·그린·디지털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자 관련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분야에서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유럽 지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 연합(EU)는 기후변화·그린·디지털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자 관련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된 산업구조 재편·자본 이동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정책 수립과 이행 수단 마련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현실화하고 있다.

흔히 'ESG'라고 불리는 개념은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 달성을 위한 3가지 핵심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EU 역내에서는 지난해 7월 12일자로 분류 체계 규정(EU Taxonomy regulation)이 발효됐다.

분류 체계의 6대 환경 목표는 △기후변화 완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보호 △순환 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관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복원 등이다.

EU는 2019년 말 '유럽 그린딜' 전략을 발표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소 국경 조정 제도' 등 무역과 환경을 결합한 정책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배경에는 환경 보호가 한 국가의 일방적 노력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환경 파괴에 따른 피해 역시 모든 국가가 입게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 2019년 EU 집행위원회는 탄소 국경세로 통하는 1조 유로 규모를 넘는 '유럽 그린딜'을 발표해 탄소 중립 정책을 본격화 했다. 이로써 배출권 거래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됐다./사진=EU 집행위원회

기후 변화 측면에서 세계 평균 온도가 현 추세로 증가한다면 지구의 생태계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유발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탄소 중립 경제 달성 목표를 세웠다. 탄소 중립 경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폰데어라이엔 EU 내각은 추가적 정책 대응과 강력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환경-무역 연계 움직임은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약한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보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 국경 조정 제도의 초기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제도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EU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맞춰 EU-메르코수르(MERCOSUR) FTA 비준 과정에서는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와 파리 기후 변화 협약 미준수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반대가 커지며 비준이 미뤄지고 있기도 하다.

   
▲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USTR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 기후 변화 협약 복귀를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환경문제를 다자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USTR은 무역 정책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타이 대표는 지난 5월 13일 하원 세입위원회 공청회에서 "USMCA 규정에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을 이행하는 내용이 추가되도록 멕시코와 캐나다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은 무역 정책과 환경 이슈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5월 7일자 한국은행 자료 '해외 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 역시 기후 변화 정책 대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선언을 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녹색 성장 전략을 연달아 선보였다. 탄소 중립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에너지 운송 등 14개 분야의 목표 수치와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 토요타 PHEV 프리우스./사진=일본 정부


우선 전력 분야에서는 노후한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해상풍력·암모니아·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등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송전망 복선화도 추진한다. 산업·운송과 관련해서는 탄소 처리 기술을 개발해 친환경 자동차·탄소 배출 제로 건물 보급 확대 등에 역점을 뒀다. 2035년에는 내연 기관차 판매 금지와 친환경 자동차로의 대체를 정책 과제로 삼았다.

일본 정부는 정책 지원도 개편했다. 2조엔 규모의 민간 기업 탈탄소 기술 R&D 지원 기금을 설립하고 석탄 화력 발전 축소를 위한 저금리 융자 지원을 중단한다. 2030년 온실 가스 감축 목표는 대폭 상향 조정하고 내년 중에는 전국 규모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 를 도입할 예정이다. EU가 시행 중인 탄소세와 탄소 국경 조정세 도입도 고려 중이다.

   
▲ 세계무역기구(WTO) 로고./사진=WTO 제공


세계무역기구(WTO)는 상소기구 기능 정지로 역할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무역과 환경 규범 조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함에 따라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 WTO 회원국들은 작년 11월 ‘무역과 환경 지속 가능성 협의체(TESSD)’를 출범시켰고 올해 11월 30일 개최되는 제12차 WTO 각료 회의에서는 수산 보조금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한다.

다자 무역 규범 내에는 별도의 환경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에 환경 보호에 필요한 무역 제한 조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있다. 그간 동 예외조항 관련 분쟁에 대한 해석과 판례를 통해 환경 조치에 대한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논거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정부는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국가적 입장을 정립하고 다자간 무역과 환경 규범 논의에서 우리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환경 관련 통상 규범·분쟁이 기업의 활동과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관련 이슈에 관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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