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정부 규제...공무원은 국민의 선생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다

   
▲ 한기호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정부는 국민을 가르치는 존재인가, 돕는 존재인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들을 잘 돕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권 초기의 다짐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박근혜 정부는 계속해서 국민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인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온 국민의 불만을 자아낸 사건들을 돌아보자.

스마트폰 호갱을 방지하기 위했던 단통법, 모두를 패자로 만들다

스마트폰을 남보다 비싸게 산 사람들이 ‘호갱님’이 되었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일이 그간 있어왔다. 통신사 대리점들이 고객차별을 한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미끼로 소비자에게 비싼 요금제를 강제한다는 불만도 제기되었다. 정부(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러한 일을 바로잡으려했고, 2014년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시행했다. 줄어든 단말기 보조금 한도가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 되었고, 스마트폰 출고가격의 공시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시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치열했던 보조금 경쟁이 실종되어 스마트폰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단통법으로 인해 통신 3사가 암묵적으로 담합을 이룬 것이다. 소비자 발걸음이 뜸해지자, 경쟁력을 상실한 수많은 대리점이 문을 닫았다. 참다못한 일부 업자들이 ‘아이폰6 10만원 대란’이라는 편법보조금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거래 취소’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전문가 시민들의 끊임없는 불만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집으로 단통법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 대리점 판매점과 고객들의 고초는 뒤로 하고 통신 3사의 순이익만 대폭 올랐다.

   
▲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2014년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중단을 촉구 집회에서 화형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서정가제, 금연제도와 담뱃값 인상

지금까지 교보문고 및 온라인 유통서점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은 점입가경이었다. 별의별 할인 전략으로 소비자들은 폭넓게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소서점을 중심으로 ‘동네서점이 죽는다’, ‘책의 가치가 훼손 당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로 인해 모든 도서의 할인 폭이 최대 15%로 제한되었다. 비싼 돈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사는 사람들, 팔 수 있었던 책도 못 파는 서점 주인들이 늘어갔다. 정부는 독점을 저지하고 책의 가치를 지켜냈다고 생각하지만, 도서 소비자는 그들의 안중에 없다.

도서정가제 보다 더욱 심각한 규제는 담배 흡연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2015년부터 ‘국민건강 증진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모든 음식점 내부는 금연이 되었고, 카페의 흡연구역 운영이 어려워졌다. 업소들은 흡연고객들을 배려할 수 없는 처지에 매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흡연 장소 고민은 흡연자들의 일상스트레스가 되었다. 스트레스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담배를 만악의 근원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강해져 흡연자들은 늘 불편하다. 2000원에 달하는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흡연자를 대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흡연자는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릴 뿐이다. 정부 입장에서 흡연자는 국민이 아니라 세금을 남보다 더 내는 호구일지도 모른다.

   
▲ 제2의 단통법으로 꼽히는 도서정가제
성인들이여, 음란물 야동은 이제 그만?

정부가 한발 앞서 규제에 나선 사례도 있다. 방통위는 4월 16일부터 시행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통해 웹하드·파일공유사이트(P2P) 등에서 음란물 유통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음란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운영기록의 2년 이상 보관이 유통 사업자에게 의무화된다. 이동통신회사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가입자의 휴대폰에 유해 정보를 차단하는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성년인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근을 막자는 방통위의 입법 취지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용 자격에 문제가 없는 성인 이용자까지 P2P 접근을 제한당하는 것은 경우가 다른 문제다. 음란물 야동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사생활이다. 성인들이 알아서 자유로이 감상하던 것을 정부가 제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인터넷 활성화 초기, 제한 없이 음란물을 접했던 세대가 자제력 없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음란물 유통의 끝없는 진화를 미루어 보아 규제의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다. 성욕 해소 차원에서 음란물 접근과 대체관계에 있는 성범죄, 성매매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일부 성인 남성들의 불만 여론은 팽배하다.

교사질 선비질 하고 있는 정부 공무원들

정부는 ①고객차별을 막겠다면서 보조금 경쟁을 없애버렸고 ②책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겠다며 모든 서점들의 할인전략을 막았으며 ③담배가 나쁘다며 흡연자에게만 삼중고를 지우고 ④국민들에게 미풍양속을 지키라며 사생활에 간섭했다.

정부 공무원들은 지금 국민을 상대로 교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선비질, 교사질이 통용되는 사회가 아니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 /사진=뉴시스
게다가 이는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규제완화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 이제는 정부가 불필요한 간섭을 줄일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간섭과 잔소리를 온 국민에게 행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 도서 등 물건을 원래보다 비싸게 사야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공무원들이 일일이 나서서 흡연자를 차별 억압하고 성인 남성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부는 국민의 교사를 자처한다.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식의 법제도로 국민을 괴롭힐 뿐이다. 정부는 국민의 교사가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어른, 선생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민과 시장을 인도하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기호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