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 타이밍이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 이후로 맞춰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8일 브리핑을 통해 개각과 관련,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 다음 신임 총리 제청을 받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헌법이 보장한 총리 제청권이 행사되는 형태로 당심과 민심을 반영,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오는 10∼11일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청문보고서 채택과 12일 국회 인준안 표결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개각 발표는 이르면 금주말, 늦어도 내주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정은 총리 인준안 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전제다. 만약 12일 총리 인준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청와대의 개각 시계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총리 제청권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발신하면서도 개각 범위에 대해선 소폭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를 향해 과감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 때문에 개각 폭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소폭 개각으로 '선긋기'를 한 셈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방침은 경제살리기와 4대부문 개혁 등 집권 3년차 핵심 국정과제를 이 과제를 입안한 현 내각으로 끌고가겠다는 복안에서다.

아울러 개각 폭이 커지면 인사검증과 청문회 등을 거치며 개각시계가 더욱 늦어지고 국정운영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청와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각은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에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 등 많아야 2∼4개 부처 장관 교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울러 인적쇄신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여부에 대해 민경욱 대변인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하니 보자"며 "되는지 안 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또다시 대안부재론에 직면해 김 실장을 유임하는 것 아니냐며 당청 관계가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여권 인사들은 김기춘 실장의 거취가 쇄신 의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라고 일제히 규정했다. 한 인사는 "김 실장조차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 거취에 대해 "당면한 현안을 수습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한 이후 그의 교체 여부를 놓고는 전망이 혼재해 왔다.

다만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 대까지 떨어지고 신임 총리 지명 등 잇단 국면돌파 시도 이후에도 지지율 반등이 일어나지 않자, 실장 교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다.

최근 들어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설이 나돌며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래 가기는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당 관계자는 "김기춘 실장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은 정해진 것 같지만, 후임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며 "여러 경로로 적임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실장이 교체된다면 인적쇄신의 최소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자체가 분출된 요구를 모두 만족시켰다 할만한 필요충분조건인 상황도 아니다.

비주류를 중심으론 어느 정도 굳어진 실장교체 뿐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청와대 정부 특보단과 입각 인사들의 면면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최경환·황우여 부총리가 모두 친박 주류로 채워진 만큼 남은 자리 역시 계파색이 뚜렷한 주류측 인사에게 돌아갈 경우 과감한 쇄신이라는 당안팎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인선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 유기준 의원이,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윤상현 의원이나 권영세 주중대사가 복수로 거론되고, 특보단장으로는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경재 전 의원이 언급되는 등 주류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돈 하마평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내에선 기존 하마평만 놓고 "교체와 쇄신은 다른 것"이라며 "뻔한 인사들로 채워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벌써 팽배하다.

친박 주류측도 "대통령의 권한에 너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이상 갈등이 확대될 경우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내주로 점쳐지는 진용개편에 연동하는 여권 기류변화도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