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첫 날 기록, 투싼 5000대 이상 앞서
주요 볼륨 차급서 현대차에 우위…'디자인 기아' 과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사명을 변경한 뒤 다양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기아가 현대자동차를 능가하는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시장에서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때어내고 중형세단 K5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로 당당히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이런 기아의 맹렬한 기세는 곧 출시를 앞둔 스포티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현대차 쏘나타, 기아 K5. /사진=미디어펜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현대차 쏘나타 3만2357대, 기아 K5는 3만6345대가 판매됐다. 국산 중형세단을 대표했던 쏘나타가 K5에게 왕좌를 내줬다. 또 중형 SUV 싼타페(2만1723대)도 쏘렌토(3만9974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 차종들은 기본 프레임을 공유하고 내외관 디장인의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모델이다. 큰 차이는 보이지 않지만 승차감과 운동성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당 차종의 고객들은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구분된다. 

중형세단과 중형SUV에서 기아의 디자인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새롭게 변경된 디자인으로 출시를 앞둔 스포티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주력 볼륨모델이던 차급을 기아에게 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등장할 스포티지는 사전계약부터 투싼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 6일 5세대 스포티지는 하루 동안만 1만6078대가 계약됐다. 이는 4세대 쏘렌토(1만8941대)에 이어 국내 SUV로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자 준중형SUV 부문에서 최고 수치다.

기존 준중형 SUV 사전계약 첫날 최고 기록은 현대차 4세대 투싼이 지난해 9월 기록한 1만842대다. 스포티지의 사전계약대수는 이보다 약 50%가량 많았다. 대수로는 5000대 이상이다. 

두 차종 모두 출시 초기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뺀 상태에서 가솔린 터보와 디젤 모델만을 놓고 사전계약을 진행해 조건도 동일했다. 

최근 들어 현대차가 볼륨모델이던 차급의 1위자리를 기아에게 넘겨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스포티지의 초반기세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중형세단에 이어 중형SUV까지 자리를 내줬다. 이중 가장 큰 의미는 중형세단이다. 국산 중형세단의 대명사격이던 쏘나타는 판매가 줄고 있고, 재고가 쌓이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아산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중형 SUV 대표모델이던 싼타페도 쏘렌토의 기세에 밀려 같은 형국을 보이고 있다. 다만 쏘렌토에만 있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근 싼타페에도 출시하며 판매량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밖에도 소형 SUV 시장에서도 올해 상반기 기아 셀토스(2만1952대)가 현대차 코나(7697대)를 압도했다. 현대차는 미니밴 시장의 맹주 기아 카니발을 잡기 위해 '짐차' 스타렉스를 포기하고 고급화한 스타리아를 출시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현대차 쏘나타, 기아 K5. /사진=미디어펜


올해 상방기 동안 6개월간 카니발이 4만6294대 팔리는 사이 현대차는 스타렉스와 스타리아를 합친 판매량은 1만4886대였다.

이런 가운데 준중형 SUV까지 밀린다면 현대차로서는 체면이 크게 상할 일이다. 비록 소형 SUV에 밀려 예전만은 못하지만 준중형 SUV 차급은 여전히 월 5000대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만만찮은 시장을 갖고 있다.

신형 투싼은 지난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11월부터 두 달간 7000대 내외의 판매실적을 올렸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 2만8391대를 판매하며 월평균 5000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스포티지는 구형 모델 노후화로 올 6개월간 월평균 1000대 내외의 판매실적에 머물렀지만 5세대 신형 판매가 본격화되는 8월부터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 파이를 늘리는 게 아니라 투싼의 물량을 가져가는 제로섬 게임이라면 현대차에게는 타격이 크다.

현대차 SUV 최초로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디자인을 적용한 상징적 모델인 투싼이 기아의 동급 차종에 밀린다면 현대차의 디자인적 자부심도 흔들릴 수 있다.

가뜩이나 쏘나타와 싼타페가 K5·쏘렌토에 밀리며 디자인적 논란이 일었는데 투싼까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논란은 더 확산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동급 차종은 플랫폼과 다수의 부품을 공유하고, 파워트레인 구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제원과 상품성이 거의 동일하다. 이런 상태에서 브랜드파워에서 앞서는 현대차의 차종이 판매실적에서 밀린다는 건 디자인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현대차와 상대적으로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무리 없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기아의 특성을 단지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만으로 놓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쏘나타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는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현대차의 디자인이 미국향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해 두고 제작되는 양사의 차량이 각자의 특성을 살리기위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시장의 실적만을 두고 디자인 우수성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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