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경총 전무
2월 연말정산의 결과가 나온다. 최근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로 인해 연일 사회가 시끄럽다. 공제가 축소되면서 세부담이 늘어난 계층에서 강한 반발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발은 세금을 예상보다 더 낼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결국 조세형평성 측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매우 높고, 고소득자영업자의 과세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근로소득에만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2013년 기준 31.3%에 달한다. 이는 열 명 중 세 명 이상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면세자 비율은 일본 15.8%, 독일 19.8% 등 대부분 선진국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 과표구간 관련 시사점

- 1996년 이후 2014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는 72.7% 상승
- 명목임금은 1996년 136만7천원에서 2014년 352만5천원으로158% 상승
-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명목임금이 158% 상승하는 동안 최고세율 과표구간은 10%상승(8,000만원→8,800만원)하고 대신 세율을 5% 낮춤.

※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 변화 추이
* 42.1(‘07)→ 43.2(‘08)→ 40.3(‘09)→ 39.1(‘10)→ 36.1(‘11)→ 32.7(‘12)→ 31.3(‘13)

   
 

이에 더해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일부 자영업·개인사업 등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문제 역시 조세형평성을 둘러싼 국민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소득탈루 가능성이 높은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결과, 평균 44%에 해당하는 소득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 근로자들은 자신이 불공정하게 세금을 납부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증세 대상으로 설정한 연 5,500만 원 이상 소득계층이 과연 중산층인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단순하게 소득분위로 보면 중산층의 범위에 속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높은 사교육비, 주택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소득수준이 과연 증세로 인한 부담을 선뜻 수용할 수 있는 계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최고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소득(과표구간 1억 5천만원)도 미국(4억 3천여만 원)의 35%에 불과한 수준으로, 상당수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제 조정 항목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에 대한 공제가 크게 축소되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기부 문화 발달이 더디고, 향후 기부금의 사회 공익적 성격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제를 통한 기부유인을 갑자기 축소한다면, 점차 증가하는 우리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불우이웃에 대한 기부와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에 차등을 두어도 좋다.

한편,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올려 부족한 세수를 충당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0년 기준 3.5%로 미국 2.7%, 독일 1.5%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최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선진국·경쟁국들이 잇달아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한다면, 법인세 인상 논의는 현시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OECD 34개국 중 최근 5년 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6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으며, 같은 기간 중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 멕시코,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도 1∼2년 내 법인세를 인하할 예정이다.

   
 
※ GDP 대비 세원별 세수비중 시사점(기획재정부 분석)
- OECD평균에 비해 소득세․일반소비세 비중은 낮고, 법인세․재산세 비중은 높은 수준
- 소득세수의 GDP 대비 비중은 3.6%(2010년)로서 OECD국가(평균 8.4%, 2010년) 중 낮은 수준(32개국 중 30위)
- 각종 비과세․공제 등으로 면세자 비율이 높고, 소득공제 등으로 상당액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인

결국 특정계층에 대한 세율인상을 통한 세수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율 인상보다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소득세제의 중장기적 개편 방향에 맞게 경제·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한 세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엄격한 세금징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면세자들도 적은 액수나마 세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과도한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 나가야 한다.

   
▲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말정산 관련 현안보고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원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무상복지는 지양하고 선별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즉 경제발전 단계에 비례하여 복지수준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기를 활성화 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만이, 조세저항 없는 자연스러운 증세와 복지를 가능케 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조세정책에 앞서 복지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