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슬로베니아서 2차기기 냉각수 열교환기 비롯한 기자재공급사업 수주
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 구성…체코 안보평가 정보요청서 내용 검토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 동유럽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가운데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슬로베니아 원자력공사(NEK)가 발주한 '크르슈코 원전 2차기기 냉각수 열교환기 공급'사업 수주전에서 최종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는 발전기 고정자 냉각기 등 원전의 2차기기 냉각기로부터 열을 제거하는 주요 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는 120만유로(약 16억원) 상당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복수기 자성이물질 제거설비(MSRD) 공급사업과 주제어실 경보계통 및 사고후시료채취계통 타당성평가 용역사업 수주에 이은 것으로, 발주사 요청으로 증기발생기 세정기술 및 원자로용기 가동 중 검사에 대한 기술회의도 주관했다고 설명했다.

   
▲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이 발주한 체르나보다원전 무정전전원계통(UPS) 전압안정기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UPS는 교류입력 전원이 정전되면 축전지의 에너지를 이용해 중요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다.

이번 사업은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급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기자재 설계 및 제작을 담당하고 한수원이 사업관리와 품질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체르나보다원전은 루마니아 동부지역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로, 국내 월성원전과 동일한 중수로형 모델이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노내핵계측 기자재 공급사업 및 방폐물저장고 타당성 평가 용역사업을 잇는 루마니아 내 사업으로, 한수원은 향후 삼중수소 제거설비와 방폐물저장고 건설 등 현지에서 참여를 준비 중인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성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최초의 원전 수출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두코바니 지역에서 8조원 가량의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인 체코가 당초 예상과 달리 러시아와 중국을 공급사업자에서 배제하고, 이들 국가를 반대했던 야당도 한국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한수원·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두산중공업·한전KPS·대우건설 관계자 등이 6월29일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체코 신규원전사업 수주전략회의에 참석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 참석한 구스타브 슬라메취카 주한체코대사도 "체코는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경제적·안정적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면서 "지난 40여년간 원전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한국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체코가 한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고 바람의 양도 적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에게 말한 것처럼 해외에서 건설 중인 다수의 원전과 달리 바라카 원전이 계획된 예산과 기간을 지킨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는 오는 11월말까지 미국·프랑스 등 잠재공급사로부터 답변서를 받아 올해 말까지 평가를 완료한 뒤 2023년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으로, 한수원·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두산중공업·한전KPS·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최근 경주에서 수주전략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체코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안보평가 정보요청서 내용을 함께 검토하고, 안보요건 만족을 위한 답변서 및 입찰서 작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체코는 사이버보안 및 유럽연합(EU) 제재여부 뿐만 아니라 주요 하도급업체 정보·인허가·입찰참여 조직구조 등 본 입찰에 준하는 수준의 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내외에서 축적한 우리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 요건 충족은 물론 체코가 중요시 하는 현지화·안전성·경제성·공기 준수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표명, 체코 신규원전사업을 반드시 수주하겠다"면서 "국내 우수한 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수출상품을 다변화, 수출시장도 더욱 다양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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