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파탄·포퓰리즘 복지 싸움보다 대안 제시 우선돼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박근혜에게 선전포고한 문재인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치르겠다.”

보무도 당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의 취임 일성이다. 문 의원은 수락 연설을 통해 “우리 당의 변화가 시작됐고 총선 승리의 깃발이 올랐다”면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치르겠다고 일성을 내지른 문 의원은 국회 경력 3년의 초선의원이다.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초선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대선 후보로 박근혜 대통령과 막상막하의 지지도를 받았던 문 의원이기에 당내 결속력과 장악력은 문제없어 보이지만, 문 의원을 자기네 대표로 선출한 지역구 주민들은 가련해 보인다.

어쨌든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잘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일이년에 한두번씩 조용히 모인다. 지역이든 교육이든 전국이든 헌법에서 보장한 선거권은 잘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또한 부산 사상구에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어 당선되었다. 문재인 말마따나 민주주의가 박근혜 정부로 인해 벌써부터 파탄 났다면, 2014년 지역/교육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라도 싹쓸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부정선거가 횡행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 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현실은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조차 헌법재판소를 통해 간신히 이루는 정도다.

   
▲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혹시나 싶어 첨언한다. 광장에서 시위꾼들이 외치거나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이 내지르는 언사들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떼법’이다. 혹시나 문 의원이 이를 두고 민주주의라 칭하는 것이라면 답이 없는 사람이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무한정 들어주어야 하는 메커니즘이 아니다. 문 의원은 야당이나 당신의 뜻대로 국정이 돌아가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임한 뒤 이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고, 다음 선거에 더 많은 선택을 받도록 노력하는 과정의 총체다.

서민경제가 파탄났다?

서민경제가 파탄났다는 것은 문 의원의 두 번째 문제의식이다. 문 의원에게 서민경제란 대체 무엇인가 묻고 싶다. 서민경제의 정의를 내려달라. 거의 모든 정부 정책에 대하여 부자증세, 법인세 인상을 외치는 문재인의 머리 속에 서민경제가 무어라고 정의되어 있는지 한번 듣고 싶다.

문재인은 박근혜 정부를 두고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낸다면 전면전을 치르겠다고 한다. 좋다. 정치인이니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다음은 무엇이냐는 점이다. 비판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은 본인이 아무 생각 없음을 입증하는 격이다. 의미 없는 반정부 투쟁에 골몰하지 말고 정확한 대안을 내놓으라. 국민들은 그것을 듣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작년 가을, 문재인 의원을 위시한 야당 중진 의원들이 내놓은 신혼부부 집한채 공약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은 300조에서 350조 원 내외다. 한해의 복지 예산은 100조원이다. 신혼부부 집한채 공약은 100조원의 예산 재원이 예상되는 약속이었다. 문재인은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나 그리스가 아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인사들과 함께 참배 중인 문재인 당대표. /사진=MBN 보도화면 캡처 

증세 없는 복지? 복지 확대를 원한다면 방법을 제시하라

복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잘못된 점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를 진짜로 실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떤 나라도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한 곳은 없다.

복지는 필연적으로 세금을 수반한다. 누군가가 혜택을 보려면 그 돈을 다른 이가 대야 한다. 돈을 내는 사람, 돈 쓰는 사람은 따로 있듯이 말이다.

문재인 초선의원, 아니 문 당대표에게 고한다. 박근혜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다면 그 대안과 방법을 제안하라. 본인은 ‘증세 있는 복지’를 원하며, 이는 부자증세와 기업증세로 인해 이룰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영원히 지속가능하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쳐라.

부자증세의 비근한 예는 최근 프랑스를 살펴보면 된다. 피케티의 망상과도 같은 제안을 수용한 프랑스 정부는 부자증세를 진짜로 실행에 옮겼으며, 이로 인해 수만명의 프랑스 부자들이 국적을 바꾸고 나라를 버렸다. 프랑스는 결국 부자증세를 철회했다. 이는 지난 3~4년간 유럽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돈 있는 사람들은 아니꼽고 합당치 않다면 언제라도 국적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나라가 강제할 수 없다.

기업증세, 법인세 인상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전 세계는 법인세 인하가 대세다. 선진국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각국이 법인세를 내려서 기업을 유치하려고 애쓴다. 우리나라 증시와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기업들 대다수는 일부 내수기업과 인터넷기업을 제외하고 글로벌 다국적기업이다. 문 대표가 법인세를 굳이 인상하고 싶다면, 청와대와 여당을 설득하여 30%든 40%든 올려보라. 삼성, 현대, LG, 다수의 대기업이 어떻게 행동할까.

문 대표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자증세 대기업증세’의 나라다. 상위 1퍼센트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6%를 부담하며, 종합소득세의 경우 상위 10%가 86%를 낸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처럼 대기업과 부자 세금에 의존하는 나라는 없다.

과거를 반성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으라

문재인 당대표가 오늘 이승만과 박정희 묘역을 방문해 화제가 되었다. 문 대표는 묘역을 참배해서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이라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요식행위이며 정치쇼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는 국민 실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2012년 대선의 열기가 뜨겁던 시절, 박근혜가 제시했던 복지공약은 예산 80조원 짜리였다. 문재인이 제안한 복지에는 150조가 소요된다. 지난 2014년 한해의 복지예산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복지예산, 세수부족, 무상복지 등 논란의 근본은 하나다. 복지에 돈이 더 들어가야 하는데 그 돈은 누가 내느냐의 문제 말이다. 문 대표에게 생각이 있다면, 과거의 비현실적인 공약 제안에 대해서 반성한 뒤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복지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열 의원들 80여명이 신혼부부에게 1억원짜리 주택한채를 주자는 사탕발림 공약을 내놓았다. 홍종학의원(맨왼쪽)이 제안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문재인원(맨오른쪽)등이 가세했다. 여론의 비판과 국민의 무시 속에 공약은 없던 일이 되었다. 

지난 몇 년 간 야당은 반대 밖에 모르고 발목 잡기에만 열중했다는 지적이 많다. 세월호가 그 예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세월호가 터지지 않았다면 야당은 전라도를 제외하고 몰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세월호 사고를 빌미로 야당은 정부 비판과 박근혜 공격에 열중했고 여당은 방어하기 급급했다. 그런데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선전했으며 두 달 뒤 이어진 재보선에서 야당은 완패했다. 세월호 추모 코스프레가 사라진 것도 이때다.

문재인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선명성을 드러내고 싶은 신임 대표의 마음 말이다. 하지만 현 정부와의 전면전은 웃기는 소리다. 국민은 비판과 싸움에만 몰두하는 야당을 바라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의 정당지지도가 왜 새누리당의 발끝에 미치지 못하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국민은 생산적이면서 현실가능한 정책을 바란다.

문재인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그가 비판자들로부터 ‘노무현의 묘지기’, ‘문죄인’, ‘문제니’라는 막말을 더 이상 듣지 않기를 소원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