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반도체 난, 불투명한 시장상황…노조, 무관심
참을 만큼 참았다지만, 그 사이 하청업체 줄도산
   
▲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금의 한국경제를 만들 수 있게 했던 삼성과 현대의 창업주 이병철과 정주영은 노동조합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망한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만큼 좋지 않게 생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심한 말로 '빨갱이들'이라고 치부 할 정도였다. 

이후 한국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중요성과 인권 등이 화두가 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삼성은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실현했고 현대는 노조가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노동자의 인권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근로여건도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단체행동이 필요했다. 

이런 문제의 경각심을 불러온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전태일 열사다.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관심밖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 것이 그의 업적이다. 

이 정신을 이어받은 현재의 노조는 많은 변화를 이어왔고 현재는 양질의 일자리를 넘어 귀족이라는 단어까지 붙을 만큼의 근로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 소속 자동차 지부들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것이 현대자동차지부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늘 좀 더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임금인상과 상여급 등을 당연한 듯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요구조건을 회사측이 받아들이게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코로나19라는 악조건 ㅗㄱ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하청업체들의 목숨을 쥐고 흔든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연계된 분야의 업체들이 많다. 이중 현대차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만큼 하청을 주는 업체들 역시 많다. 일부는 현대차 납품 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이들에게 현대차의 생산중단은 자사의 생산중단과 같은 일이다. 

지정된 물량을 찍어내야 순환을 할 수 있는 영세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의 생명줄을 무기로 현대차 노조는 집단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최근 1~2년 동안은 현대차 노조도 위기를 의식하고 잠잠한 듯 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수출물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와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정상적인 가동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코로나19의 델타 변의 등으로 여전히 글로벌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고 이를 대비해 동종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움직임과 달리 국내 완성차 노조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준다. 

정년을 연장하고 좀 더 많은 임금과 함께 회사 실적에 비례하는 상여금을 달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라며 예산을 풀어가며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연봉자들인 자동차 노조가 몽니를 부리는 것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지난 201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그동안 현대차 노조가 보여준 행태는 서너 살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돤다고 안방이든 백화점에서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분노발작(Temper tantrum) 현상이나 다름 없다. 현대차 뿐아니라 금속노조에 소속된 업체들 모두의 행태다.

분노발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밖에 없다는 게 의사들은 조언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으로 인해 변혁의 시기를 맞이했다. 더 이상 수많은 노동력을 요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스마트 펙토리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어 원칙적으로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시대를 맞이해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조직의 슬림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노동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생을 위해 최소한의 인력조정과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 등의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측의 노력을 무시하고 무리한 요구를 당연한 듯 주장하고 있는 게 지금의 노조행보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기업들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인건비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단편적인 예로 국내에 투자를 단행했던 해외업체들이 한국철수를 선언하는 과거 상황을 되새겨보면 이해할 수 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규제와 함께 '노조리스크'라는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진들이 모여 회사가 결정한 사안을 노조와의 협의가 있어야 실행이 가능한 현재의 구조 때문이다. 원칙대로라면 회사의 결정에 소속된 직원들은 따라가야 된다. 하지만 핍박받았던 노동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챙긴 결과, "진정한 경영권은 노조에 있다"라는 시쳇말이 나올 정도로 비효율적인 회사의 의사결정권이 형성됐다. 

이런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칙대로 조직 간소화를 단행하고 공장의 스마트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면 좀 더 발전된 모습의 자동차 업체들로 진화할 수 있다. 

더욱이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인 만큼 자동차제조의 비중이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것을 감안해 태세전환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 좋을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도의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사무·연구직은 인력 시장에서 '고급 인재'로 꼽힌다. 그만큼 외부로부터 이직 유혹도 많다. 능력과 경력은 고급인데 기존 받고 있는 연봉은 낮으니 인력을 빼내가기는 최상의 조건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직원들이 ICT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다 현대차그룹이 인력 사관학교 소리를 듣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회사로서는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금 체계는 이직이 거의 없고 오히려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인 생산직들에 맞춰져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사진=미디어펜


이를테면 R&D 분야 핵심 인력을 지키기 위해 해당 직군의 저연차 직원 연봉을 크게 올리려면, 생산직도 동일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호봉에 따라 단계별로 상승하는 지금의 임금 체계대로라면 연봉 2억짜리 생산직이 탄생할 수도 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지켜내는 노력을 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ICT기업으로 이직한 한 직원은 "이직 후 연봉이 획기적으로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연봉이나 성과급 책정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개별 성과를 판단해 결정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력에 따라 더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 내야 할 인력들은 현대차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그 노하우를 토대로 새로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현재의 현대차라는 회사의 조직이됐다. 더 이상 산업구조가 '노동력=경쟁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머릿수가 많으면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통해 혁신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만큼 노조의 현실직시가 절실하다.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혀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임금부터 의경관찰, 노동강도 등 최고대접을 받고 있는 국내 완성차 노조인 만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단체행동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몸소 보여줄 수 있는 집단이 되길 바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