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원정도 적고, 지원효과 미미해... 시장전체구도는 큰 변화없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위법행위임을 인지했음에도 부당한 지원을 통해 음원서비스 ‘멜론’의 시장점유율 1위를 굳히게 만든 SK텔레콤에 시정명령 조치를 결정하면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용희 기업집단국장 지주회사과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온라인 음원서비스 ‘멜론(Melon)’ 운영자인 구(舊)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 멜론 6.0 업데이트 이미지./사진=카카오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2009년 1월 자신이 운영하던 온라인 음원서비스 사업부문인 ‘멜론’을 당시 영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회사인 로엔에 양도했다.

‘멜론’의 운영주체가 에스케이텔레콤에서 분리됨에 따라 로엔은 다른 음원사업자와 같이 이통사인 에스케이텔레콤과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텔레콤은 로엔에 대한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다른 음원사업자와 유사하게 5.5%로 적용했으나, 2010, 2011년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 1.1%로 인하함으로써, 로엔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금액 52억 원 가량을 수취하지 않았다.

이후, 로엔이 1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2012년 에스케이텔레콤은 로엔에 대한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처음과 동일한 5.5%로 다시 인상함으로써, 지원행위를 종료했다.

당시 음원사업자와 청구수납대행 사업자간 수수료율은 약 55%에서 8%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자금은 직‧간접적으로 로엔의 경쟁 여건을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유리하게 하는 발판이 됐으며, 그 결과 로엔은 2010년 전후 경쟁이 치열했던 국내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에서의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당시 재무여건이 좋지 않았던 로엔을 고려해, 로엔이 부담해야 하는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인하함으로써, 로엔의 비용 부담을 경쟁사업자들보다 낮춘 것이다.

특히 ‘사업구조 조기 정착’, ‘SKT가 전략적으로 로엔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지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위험에 노출’, ‘공정위의 발견 가능성 및 법적 위험이 대단히 높음” 등, 공정위가 입수한 내부자료로 유추해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자신의 지원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신용희 공정위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에스케이텔레콤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신 과장은 “결국 이번 지원행위는 로엔의 경쟁여건을 개선‧강화하는데 기여해, 초기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의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해당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 현장에서는 이러한 설명과는 대조적인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우선 과징금 부과 없이 향후 동일한 행위를 금지한 시정명령 조치뿐으로, 그마저도 이미 로엔이 지난 2013년 SK기업집단에서 계열 제외돼, 2016년 ‘카카오’ 기업집단 계열에 편입됐음에도 불구, 이번 시정명령은 에스케이텔레콤에 내려지면서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신 과장은 “법 위반 부당지원의 정도가 적었으며, 그로 인한 효과가 미미해 과징금 부과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위원회가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시장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2년 정도만 지원한 후, 스스로 지원행위를 중단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가 삼성웰스토리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준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2349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까지 조치한 바 있다.

이때도 공정위 “위탁수수료 15% 추가지급 등을 통해 웰스토리가 타 업체에 비해 고이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신 과장은 에스케이텔레콤에 시정명령을 조치한 것에 대해 “추후 에스케이텔레콤이가 다른 계열사에 부당 지원행위를 못하게 하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멜론은 지원을 받기 이전부터 시장점유율이 1위 였다”면서 “법 위반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번 지원을 통해 전체적인 시장경쟁구도를 흔들거나 크게 저해하지 않았다고, 위원회는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엔 공정위와 8대 기업집단이 체결한 ‘단체급식 일감개방 협약’을 지키지 않아, 공정위 눈 밖에 난 것 아니겠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빵을 하나 훔치나 여러 개 훔치나, 절도는 절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2일 삼성그룹이 200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 자진시정을 내용으로 한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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