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이고 모호한 조항 시정 권고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국지엠의 자동차판매 대리점계약 중 해지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한국지엠에 권고했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사진=미디어펜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시정권고는 ‘한국지엠이 자동차판매 대리점계약의 부당한 해지 조항을 근거로 대리점들에게 해지통고 및 해지경고 등을 함으로써, 대리점들이 수 십 년 간 형성해온 영업권과 생존권이 박탈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대리점의 신고를 통해 이뤄졌다.

시정권고 대상 조항은 한국지엠의 자동차판매 대리점계약 중 해지사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광범위함에도 불구, 최고 절차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지엠 약관조항 제40조의 ‘한국지엠과 대리점은 상대방에게 ▲대리점 또는 대리점 인력이 한국지엠의 이익을 고의로 해하는 행위를 한 때 ▲대리점 또는 대리점 인력이 판매대리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등을 2회 이상 위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시정 권고했다.

공정위는 ‘한국지엠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라는 문구는 어떠한 이익을 의미하는 것인지 예상하기 어려우며, 한국지엠의 경미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시정권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라는 문구는 즉시 계약을 종료시켜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려우며, 적합 여부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더라도 한국지엠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해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해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정 요구와 같은 최고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2회 이상 위반하는 경우’는 문구상으로 시정 요구를 받지 않고 2회 이상의 위반행위가 함께 발견된 경우도 포함될 수 있어, 2회 이상 위반한 경우에도 시정 요구를 거치지 않고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이번 시정 권고에 따라 불공정한 약관을 고치면, 향후 부당한 계약해지로 인한 한국지엠 대리점들의 피해가 예방될 것”이라면서 “특히, 최고 절차를 규정할 경우, 대리점들이 시정의 기회를 갖게 돼, 갑작스러운 계약해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시정 권고 후 60일 이내에 한국지엠과 해당 약관 조항들에 관한 시정 협의를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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