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경제 포커스' 발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유로 지역과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2020년 3~4월)가 비슷하고 정책대응 시점이나 방향도 유사했다. 그러나 두 경제의 실물경제 위축 정도와 회복 양상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 한국은행. /사진=미디어펜


한국은행이 18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팬데믹 이후 유로지역과 미국의 경기회복 격차 발생 원인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유로지역과 미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 상반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후 미국은 꾸준한 회복 흐름이 이어진 반면 유로지역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두 지역은 급락과 급등이라는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 이후 회복속도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올해 1분기 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도달(2019년 4분기 대비 99.1%)한 반면 유로지역은 여전히(94.9%) 회복 수준을 밑돌았다. 

소매판매 역시 지난해 두 지역 모두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미국은 회복세가 빨라진 반면 유로지역은 여전히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 자료=한국은행 제공
 

두 지역의 이 같은 경기회복 격차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재정정책 규모의 차이다. 유로지역은 EU차원의 구제금융과 회원국별 재정지원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했으나, 재정부양책 규모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유로지역 주요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는 4.1~11.0%인 반면 미국은 16.7%에 달했다.

이는 국가별로 다른 재정상황과 세부내용에 대한 이견이 유로지역의 신속한 정책대응을 제약한 탓이다. ES경제회복기금을 두고서도 지원방식이나 규모 등에 대한 의견차로 기금 설립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유로지역의 백신공급 지연과 접종의향이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로지역 접종률은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EU집행위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1분기중 실제 백신 공급량이 예상수준을 크게 못 미쳤다. 미국보다 백신 승인이 늦고 접종의향이 낮은 점도 한몫을 했다.

또 수출과 여행산업의 비중이 높은 유로지역의 경우 대외의존적 산업구조를 띄고 있어 전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교역 위축으로 두 지역 모두 상품수출이 감소했지만, 유로지역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아 피해를 키웠다. 2019년 기준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은 유로지역은 미국(7.7%)보다 약 3배(19.7%)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유로지역이 역내 교역과 이동제한 등 강력한 확산 방지 조치를 더 오래 시행하면서 경제활동의 위축 정도를 키웠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경제활동 위축 정도는 대체로 확산방지 조치 강도에 비례한다. 유로지역의 2020년 3~4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각각 11.0% 19.3% 감소한 반면 미국은 각각 3.8%, 13.6% 감소했다.

보고서는 향후 전망에 대해 유로지역은 백신접종 가속화와 재정정책 확대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확대돼 내년 1분기에는 팬데믹 이전 GDP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유로지역이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지역의 재정지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EU경제회복기금 내 보조금의 40%가 올해와 내년 집행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경기부양효과는 GDP 대비 1.2%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22년중 지출 규모가 올해에 비해 대폭 축소되면서 재정정책의 성장효과가 작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고서는 “팬데믹은 두 지역간 잠재 GDP 괴리도 일시 확대시킨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 유로지역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잠재 GDP 괴리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라며 “유로지역의 경제성장 확대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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