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거대 권력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시한부 검사의 마지막 대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물고 물리는 하이에나들의 생존전략이 겹치며 누가 끝까지 살아남게 될지 하루에도 몇 번씩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있다.

9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박정환게이트 270억을 둘러싼 박정환(김래원)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특별수사검사 윤지숙(최명길)이 벌이는 지략대결의 정점으로 치달았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 키를 쥐고 있는 조강재(박혁권)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싸움의 주도권을 이쪽 저쪽으로 옮겨댔다.

   
▲ SBS '펀치' 캡처

이태준의 심복이었으나 그의 계략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 쓰게된 상황에서 조강재는 자연히 박정환을 찾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조강재를 살려줄 동아줄은 박정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정환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은 이태준의 지시”라고 토로한 조강재에 의해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이태준은 다시 궁지에 몰렸다.

이태준은 뒤늦게 복원된 CCTV를 통해 자신이 의심했던 조강재의 충성심을 확인하지만,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이태준을 건물 옥상으로 불러낸 조강재는 “살인을 저지른 이태섭(이기영)을 절벽에서 내가 뛰어내리게 만들었다”며 묵혀둔 불만을 터친다. 10년을 곁에서 보필했으나 한 번도 진심으로 대해준 적 없는 상관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였다.

형을 부하 손에 잃었다고 생각한 이태준은 조강재를 무섭게 몰아붙인다. 형 이태섭 살인사건까지 조강재가 저지른 일로 덧씌운다. 아들의 병역비리로 약점이 잡힌 윤지숙을 이용하면서 조강재는 순식간에 부패검사와 살인자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결국 경찰의 손에 잡힌다. 다시 힘의 균형은 이태준에게로 쏠리고, 조강재는 살려달라며 비는 처지가 됐다.

이제 공은 다시 박정환에게로 넘어왔다. 이태섭의 살인사건 장면이 담긴 콘도 CCTV 영상을 확보한 그는 조강재의 생사는 물론 이태준을 파멸에 처하게 만들 핵심 증거를 손에 넣었다. 윤지숙은 박정환의 전 부인 신하경(김아중)을 불러 도와달라 요청하지만, 그녀는 “벌레먹고 상처입은 꽃은 도태하고, 봄이오면 새로운 꽃이 핀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이태준 역시 박정환의 집을 찾아 마지막으로 회유하지만 끝내 서로의 길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선다.

   
▲ SBS '펀치' 캡처

이제 박정환이 갖고 있는 영상 파일만 복원되면 길고 긴 싸움이 끝난다. 이태준은 몰락하고, 윤지숙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여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다. 자신의 오른팔 최연진(서지혜)이 박정환이 심어놓은 첩자라는 사실을 알게된것. 그동안 자신의 계략이 쉽게 먹혀들지 않은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또다른 반전이 예고됐다.

이미 싸움의 마지막에 접어든 박정환과 이태준, 윤지숙이 딛고 있는 얼음판은 이제 조금만 잘못 디디면 깨져버리게 된다. 누가 되든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으로 처박혀 헤어나올 수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어떤 패가 등장하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이제 박경수 작가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제대로 홀렸다.

박경수 작가는 전작인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 모두 끝나는 순간까지 알 수 없는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왔다. 권력 3부작의 마지막 편인 ‘펀치’에서는 정도가 극에 달한다. 작가는 매회 초반 내레이션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드라마를 통해 ‘정의가 승리하기 위한 복잡하고 지리멸렬한 과정’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싶은건 아닐까. 3회 남은 ‘펀치’가 세상에 진짜 펀치를 날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부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