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사 영업이익 중 21.84% 차지 '알짜' R&D 부서
UAM 팀 코리아 소속돼 2025년 플라잉카 상용화 목표
'스페이스 파이오니어'에도 참여…국가적 이익 무궁무진
공군 무인기 사업에도 역점…스텔스 등 첨단 기술까지 확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미래 먹거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 여객·화물 사업을 넘어 자사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미래 항공 모빌리티에 관한 기술과 우주 분야에 대한 연구를 끊임 없이 진행하고 있다.

   
▲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김해 테크센터./사진=유튜브 채널 GLEAM music '대한항공 (KOREAN AIR) film'편 캡처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 1976년 출범한 이후 지난해 기준 직원 1837명을 두고 있다. 이곳의 사업 분야는 크게 △민항기 제작 △무인기 사업 △군용기 MRO △민항기 MRO로 구분된다.

특히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민항기 부품 설계와 개발, 제작, 공정 기술 개발을 담당하며, 군용기 성능 개량과 창정비도 수행하는 만큼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명실상부한 대한항공의 R&D 센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밖에도 정비본부와는 별개로 민항기 중정비·개조(MRO & Modification), 항공기 전자/보기 부품 정비도 맡고 있어 어깨가 무거운 부서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5647억100만원이었고, 영업손실은 128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인 2019년 매출은 7404억1348만원이고, 총 매출 대비 5.98% 수준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84억6267만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21.84%를 점해 '알짜배기 부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 대한항공은 미 국방부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H-53E 대형 헬기와 주한·주일 미 공군 F-16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1979년 공군 F-4 창정비(PDM)을 시작으로 1982년 국산 최초 전투기인 F-5 1호기를 출고했다. 1987년에는 미국 보잉 구조물 제작사업에 뛰어들어 747 기종의 윙 팁 익스텐션과 맥도넬 더글라스의 MD-11 날개 부위 필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은 1992년 무궁화 1호 위성 사업으로 보폭을 더욱 넓히게 됐고, 지난 4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사업 추진 태스크 포스 팀(TFT)을 구성으로 이어졌다. 이 TFT에는 정비·관제 시스템 등 각 부서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은 무인기와 드론 개발 경험이 풍부한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주축이 돼 진행된다.

이 TFT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출범한 도심 항공 교통 민관협의체 'UAM 팀 코리아'의 일원이다. UAM 팀 코리아는 2025년 플라잉카 상용화를 목표로 조직됐고, 현대자동차·한화시스템·SK텔레콤 등 민간 기업들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공안전기술원 등 정부 기관과 한국항공대학교·서울대학교 등 4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드론을 제작해 육군에 공급한 실적이 있어 항공 관제 시스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UAM 관리 기술 개발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UAM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 과제를 수행하는 초기 단계이며, 운송 서비스와 교통 관리, 기체 제작 분야 참여 기회를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김해 테크센터와 대전 항공기술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 간 항공기를 다뤄온 경험이 있고, 무인기도 만들어보는 등 항공 역학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 경쟁사 대비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달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소형 발사체용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디티엔지니어링 △한국항공대학교 등이 참여한다. (왼쪽부터 공병호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장, 박재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발사체연구단장, 한현우 엔디티엔지니어링 대표이사)/사진=대한항공 제공

루이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우주 개발 패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져 왔다. 민간 우주 개발 시대가 도래해 다양한 발사체 개발 소요가 제기돼 왔고,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소형 발사체용 공통 격벽 추진제 탱크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우주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춰 국내 우주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과기정통부의 역점 사업이다. 오는 2030년까지 총 2115억원이 투입되며, 이 중 대한항공은 320억원을 부담한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26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며, 항우연과 항공대학교, 엔디티엔지니어링 등과 산·학·연 컨소시엄을 이뤘다.

공통 격벽 추진제 탱크는 기존 발사체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첨단 용접·단열기술을 적용해 하나로 만드는 기술이다. 발사체 부품 숫자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 함으로써 무게를 기존 대비 30% 경감해 결과적으로는 제작비까지 절감할 수 있어 국산 소형 발사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항공·우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00kg급 중·소형 발사체 시장 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의 스페이스엑스(SpaceX)는 현재 400kg급 위성 1000여기를 발사한 실적이 있고, 향후 최대 1만2000여기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들도 수백기의 중형 내지는 소형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이들을 여러 개 묶어 임무에 투입하는 '초소형 군집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올리는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본 프로젝트에서 리스크·품질 보증 체계 관리와 인증을 위한 시험평가 부문 총괄 임무를 수행한다. 개발 완료된 공통 격벽 추진제 탱크는 대한항공이 항우연과 개발 예정인 500kg 급의 소형 발사체의 주요 구성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보잉 747-400./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 우주처가 발주한 '국내 대형 민간 항공기 활용 공중 발사 가능성 분석 연구' 과제를 김규홍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동 연구를 토대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현재 운용 중인 보잉 747-400 기종 항공기를 활용한 공중 발사체 개발을 위해 기술적 수준과 주요 적용 기술, 연간 운영 비용, 개조 방안 등을 분석한다는 입장이다. 비근한 사례로 미국 버진 오빗(Virgin Orbit)사는 747-400 기종을 활용해 공중 발사체 '런처원(LauncherOne)'을 통 올해 1월과 6월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한·미 미사일 지침 탓에 공중 발사체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올해 5월부로 해당 지침이 종료돼 관련 분야 개발·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수주한 이번 연구는 항공기 활용 공중 발사체 개발이 대한민국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전남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에서 위성을 발사할 경우, 일본과 대만 사이를 통과해야 해 남쪽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공중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궤도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약 12km 상공에서 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 발사체와는 달리 기상 조건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생기게 된다.

아울러 공중 발사체를 운용하면 별도의 발사장 건설·유지·보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체 발사대가 없는 다른 국가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 발사 수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항공우주사업이 대한항공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 기여할 이익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개발해온 무인기들./사진=대한항공 뉴스룸 캡처

민간 항공사임과 동시에 방위산업체이기도 한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미래 신사업으로 UAM과 우주 발사체 사업 외에도 공군 무인기 사업에 역점을 둬왔다. 1977년 헬리콥터 500MD를 무인화했고, 무인 전투기(Unmanned Combat Air Vehicle, UCAV)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2009년에는 전술급 무인기 KUS-9을, 이듬해엔 관련 체계도 개발해내 2017년에는 사단 무인기 양산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스텔스 형상과 전파 흡수 구조·스텔스 레이돔 등 첨단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다. 그런 만큼 항공우주사업본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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