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벼랑 끝에서 탈출해 8강행 청신호를 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다. 상대 자책골, 엄원상의 추가골,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의 2골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 사진=로이터 제공


뉴질랜드와 1차전에서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한국은 루마니아전 대승으로 단번에 조 1위로 올라섰다. 앞서 열린 경기서는 온두라스가 뉴질랜드에 3-2로 이겼다.

이로써 B조는 2차전까지 4팀이 모두 1승 1패, 승점 3점으로 같아졌다. 다만 한국이 골득실 +3으로 앞서며 조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오는 28일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갖는데 비기기만 해도 골득실 차로 8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황의조를 원톱으로 세우고 2선에는 이동준, 이동경, 엄원상을 배치했다. 정승원과 원두재(울산)가 중원에 배치되고 포백은 설영우, 정태욱, 박지수, 강윤성으로 구성했다. 골문은 송범근(전북)이 지켰다.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권창훈과 '막내형' 이강인은 벤치에 대기시켰다.

한국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골이 쉽게 터져나오지 않았다. 이동준과 엄원상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 황의조의 슛 등으로 몰아붙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한국의 골 물꼬는 루마니아가 자책골로 터줬다. 전반 27분 이동준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문전 쇄도하는 황의조를 향해 낮고 강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 볼을 루마니아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차단하기 위해 발을 갖다댄 것이 그대로 자기 골문 모서리로 빨려들어갔다.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이 골키퍼 송범근의 안일한 플레이로 큰 위험에 몰리기도 했다. 전반 33분 수비의 백패스를 받은 송범근이 무심코 손으로 잡는 바람에 골문 바로 앞에서 간접 프리킥을 내줬다. 한국 선수 11명 전원이 골문을 지킨 가운데 루마니아의 슛이 마침 송범근 쪽으로 항해 송범근이 엉겁결에 쳐내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전반이 끝나갈 무렵 한국에 결정적 호재가 생겼다. 루마니아 미드필더 이온 게오르게가 파울을 범하며 두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 당한 것.

   
▲ 사진=로이터 제공


수적 우세를 잡은 한국은 후반 들며 정승원 대신 권창훈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후반 14분 이동경이 페널티 지역 외곽 다소 먼 거리에서 땅볼 슛을 쐈다. 이 볼이 상대 수비를 스쳐 문전에 있던 엄원상의 발을 살짝 맞으며 굴절돼 루마니아 골문 구석으로 꽂혔다. 공식 기록은 엄원상의 골로 기록됐지만 이동경의 골이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2골 차가 됐으나 한국은 골이 더 필요했다. 김학범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인 이동준, 황의조, 이동경을 차례로 빼주고 송민규, 이강인, 김진규를 넣었다. 특히 황의조 대신 이강인을 투입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후반 39분 설영우가 재치있는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막내지만 강심장을 자랑하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속임 동작까지 쓰는 여유를 보이며 정확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3-0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45분 강윤성의 절묘한 패스를 이강인이 논스톱으로 깔아차 마무리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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