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올림픽 중계 논란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6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지난 23일 올림픽 개막식 자막·영상 논란부터 전날 축구 중계 자막 논란까지 언급하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으로 상처 입은 해당 국가 국민과 실망한 시청자들에게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 사진=MBC 제공


앞서 MBC는 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선수단 입장과 함께 각 국가별 설명을 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사용하고,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는 자막을 적어 논란이 일었다. 이는 CNN, 가디언 등 외신에도 소개돼 국제적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날 진행된 한국과 루마니아의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는 경기 도중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팀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고마워요 마린"이란 자막을 사용해 또 다시 논란을 불렀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사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하 박성제 MBC 사장 입장 전문]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습니다.

또, 25일에는 축구 중계를 하면서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습니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습니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특히,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 해소를 위해 애써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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