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2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

각종 세제 지원으로 1조5천억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혜택은 중소기업이나 서민·중산층보다 대기업에 훨씬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내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세수가 총 1조 505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8년 세법개정안은 2조 5343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는데, 지난 2019년과 2020년 세법개정안은 각각 37억원과 676억원의 세수증가 효과가 예상됐다. 

   
▲ 기획재정부 청사/사진=기재부 제공

2021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목별 감소 규모를 보면 법인세가 1조 3064억원으로 가장 많고, 소득세가 3318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반면 부가가치세는 73억원, 기타 세수는 1259억원 각각 증가한다.

올해 개정안은 유독 대기업의 세부담 감소 효과가 커서, 1조 5050억원 세부담 감소분 중 대기업 세부담 감소가 8669억원으로 57.6%에 달한다.

중소기업 세부담 감소는 3086억원, 서민·중산층 세부담 감소는 3295억원으로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며, 고소득자는 세부담이 증가하지만 그 규모는 50억원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세법개정안에 따른 대기업·고소득자의 세부담 감소가 중소기업·서민·중산층보다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대비 특정연도 증감을 계산하는 누적법으로는 5년간 줄어드는 세수가 7조 1662억원이다.

법인세 감소가 5조 8744억원으로 가장 많고 소득세는 1조 7933억원이며, 부가가치세도 978억원 줄어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저소득층 근로장려금(EITC) 소득 기준 상향이 세수감소 내역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대기업의 감세 규모가 큰 것은 신성장 동력 확보와 주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기술 지원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수감소분 1조 5050억원 중 1조 1600억원은 국가전략기술 지원에 따른 감소분이며, 여기서 대기업이 8830억원의 감면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외 세수감소는 3450억원인데, 세부담은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서 각각 3295억원과 316억원 감소하고 대기업에서 161억원 증가한다.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을 빼면, 중소기업은 세부담이 줄고 대기업은 아주 조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 86개 중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등 54개는 적용기한을 연장하고 고용증대 세액공제 등 23개는 재설계하기로 했으며, 상가건물 장기 임대사업자 세액감면 등 9개는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키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있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기술 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잘한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국가전략기술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연구개발(R&D) 재정지출과 중복될 수도 있는 세제지원책을 대거 포함한 부분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가전략기술 지원 공제율이 매우 높아 과도하다"며 "막대한 세액공제가 지금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 그런 혜택이 있어야만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인지에 관해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배터리 등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다"며 "국가전략기술 산업 특성상 대기업에 쏠림이 있을 수 있고, 대기업 투자가 늘면 연관 효과로 중소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비정상적인 부동산 세제 운영을 보완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일반 국민, 서민과 중산층의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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