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눈뜬 ‘MZ세대’…40년 주담대보다 30년 체증식상환 선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가운데,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대출을 상환해야 해 상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만기를 40년으로 늘림에 따라, 월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차주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상품 구조를 개선해 40년 만기 상품을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달 만기 40년의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현재 최장 30년인 정책 모기지 만기를 10년 추가로 늘려 매월 상환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게 특징이다. 

상환방식은 원리금균등(원금과 이자를 매달 같은 금액으로 상환)‧원금균등(원금만 매달 같은 금액으로 상환)‧체증식(초기 원리금 상환액이 적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담규모는 증가) 등이 있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7년 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며 보금자리론 요건(집값 6억원·연소득 7000만원)을 맞춰야 한다. 적격대출은 담보대상 주택이 9억원을 넘으면 안 된다. 

이날 현재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원을 돌파했다. 서울의 경우 10억 2500만원을 경신했으며, 60㎡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지난해 대비 19.90% 오른 8억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40년 만기 상품에 ‘체증식 분할상환’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발맞춰 MZ세대들은 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체증식 분할상환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데 고심이다. 

사회 초년생은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은 만큼 상환규모를 최소화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아지는 중년층 때 상환규모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내집 마련을 이루는 동시에 대출에 대한 원리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보금자리론은 최장 30년까지 체증식 분할상환을 허용하고 있고, 그 외의 방법으로 40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특히 월 상환액을 놓고 보면 30년 체증식이 40년 주담대보다 훨씬 적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더 큰 부동산으로 차근차근 갈아타려는 차주들이 많은 만큼 여건을 충족한다면 30년 체증식 분할상환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년 만기 모기지 상품의 도입과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의 평균 이사주기(주택보유기간)가 5년이고, 적격대출과 같은 장기모기지의 평균 상환기간이 7년가량임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월납입부담을 줄여주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특정 계층에게는 충분히 매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꾸준히 우상향할 경우를 가정하면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이후 집을 매도한 후 대출금을 상환해도 그만이다. 차주로선 부채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차익을 시현할 수 있어 손해 보지 않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0년 만기 상품은 이자‧원금 부담이 (30년보다) 적어 우리나라만의 부동산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선택지가 없는) 차주로선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집에서 40년 이상 사는 경우가 많을 지 의문이다”며 “대출을 받고 나서 (의무대출기간) 3년만 지나면 조기상환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상환할 능력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고 전했다. 

물론 40년 주담대에도 함정이 숨어 있다. 대출기간을 연장하는 만큼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규모는 가산된다. 통상적으로 상환기간이 늘어나면 초기에 원금상환보다 이자상환이 많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시각이다. 

가령 수년 후 중도금을 상환하면 30년 주담대보다 40년 주담대의 원금 상환액이 적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때 차이가 발생한다. 또 차주가 대출을 받아 한 집에서 40년을 살 경우를 가정하면 부담해야 하는 총 상환액이 30년 상품보다 압도적인 만큼, 40년 상품이 자칫 독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장기거치 상품이 주택 구매수요를 부추겨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주택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면 주택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거시적 관점에서 주택금융 접근성을 높여주는 건 안정화되고 있는 가계대출을 도리어 늘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최근 주담대 수요가 횡보세를 보이는 건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며 “정부에서도 한은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등의 경고신호를 내고 있어서 주택시장이 관망세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만일 최근 출시된 40년 만기 적격대출 등을 30대 후반에 받고 중도상환을 하지 않는다면, 거의 80세까지 상환을 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은퇴연령 이전에 모기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을 제공한다면 주택소비자가 은퇴 이후까지 상환부담을 지는 것을 사전적으로 방지해 생애주기 재무관리가 가능토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40년 주담대를 보편화하기에 앞서 사전적인 안전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나 몰타처럼 40년 분할상환, 30년 만기 상품을 제공해 은퇴 직전에 남은 금액을 전액 상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